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대북정책의 핵심인물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연이어 만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를 남한당국에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식량지원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추진하려는 남측에 협상 복귀를 위한 마지노선이 경협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13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제목의 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포함한 남북 간 협력사업을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논의한다는 남측의 입장을 거론하며 “외세의 눈치나 보며 북남관계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남조선당국의 태도는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하는 의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가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에게도 명백한 사실”이라며 “남조선당국이 자체의 정책 결단만 남아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재가동을 미국과 보수세력의 눈치나 보며 계속 늦잡고 있으니 이를 북남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매체는 “남조선 당국이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입장과 자세부터 바로 가지지 않는다면 북남관계의 전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개성공단 재개를 남측에 촉구하는 한편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북남군사분야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 제하 기사에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외세와 결탁해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남조선군부 호전광들의 군사적 대결망동 때문”이라며 “엄중한 후과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뻔뻔스러운 넋두리’라는 다른 기사에서도 “앞에선 제법 북남군사합의서 이행에 대해 떠들면서 뒤에 돌아앉아서는 과거의 군사적도발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전쟁연습소동에 미쳐 날뛰는 남부선군부세력의 책동은 양면성의 극치”라고 재차 비난했다.
특히 남측 군 당국이 북한의 4일과 9일 발사체 발사에 대해 ‘남북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허튼소리를 줴쳐대기 전에 북남 군분야의 합의서를 다시 펴놓고 글귀부터 똑똑히 들여다보라”고 말했다.
한편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김 장관과 강 장관을 차례로 만나 북한의 식량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WFP는 올해 초 북한이 유엔 주재 대표부를 통해 식량난을 호소하자 지난달 식량농업기구(FAO)와 북한 현지 작황조사를 했다. WFP는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000만여명의 식량이 부족하다며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WFP 측에서 다른 국제기구와 함께 전 유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오늘 통일부 장관 면담에서도 그러한 요청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14일 오후 남북회담본부에서 민간단체 대상 의견수렴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는 국내 대북 인도지원 민간단체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와 남북교류를 위한 사회단체 협의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국내 7대 종단 연합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관계자 등 15명 안팎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 김 장관은 15일에도 통일부 인도협력분과 정책자문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한다.
이상민 대변인은 이에 대해 “각계각층,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의견을 듣는 목적으로 진행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도발과는 별개로 인도주의적 지원은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비즐리 사무총장의 방한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