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면서 일용직 근로자 일감도 절반으로 확 줄었습니다.”
4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건설현장 인력 공급 상황을 묻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늦어도 오전8시께 현장에 사람들을 거의 다 내보냈는데 오늘은 일감이 없어 대부분 빈손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남구로역 일대는 서울 최대의 건설인력 시장이다. 매일 새벽 일용직 근로자 수백명이 인력사무소의 소개로 건설현장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이날 전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이 일제히 멈춰 서면서 일용직 근로자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인근의 또 다른 인력사무소 대표도 “오늘 허탕을 치고 돌아간 사람들이 절반 정도 된다”며 “무거운 자재를 옮겨야 공정이 진행되는 현장은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고 보면 된다”고 하소연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용직 근로자 대부분은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인력사무소 인근에서 만난 A씨는 “월 500만원 이상씩 버는 타워크레인 기사들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우리는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같은 거대 단체에 가입되지 않은 진짜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한 일용직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양대 노총의 충돌로 한 달 넘게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 공사현장 관계자는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현장 근로자 상당수가 지방이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난 상태”라며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당장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종갑·이희조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