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경남 마산로봇랜드’ 초입인 현동삼거리 일대에는 ‘진입로 없는 로봇랜드 개장하면 우리 주민 다 죽는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굴곡이 심한 왕복 2차로인 지방도(1002호선)를 따라 차로 달리니 대형 공사 차량과 일반 차량이 가까스로 비켜가는 장면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유산삼거리와 수정삼거리 등 마을이 있는 곳을 지날 때마다 ‘진입로를 확보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주민 공동 명의로 곳곳에 붙어 있었다.
국내 유일의 로봇 테마파크인 경남 마산로봇랜드가 한 달여 뒤인 다음 달 26일 개장할 예정이지만 진입도로 개통이 늦어져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0여년에 걸친 사업 추진기간을 거쳐 어렵사리 문을 열 예정이지만 핵심기반시설인 도로 조차 완공되지 않아 개장 후에도 큰 불편이 예상된다.
경남 마산로봇랜드는 정부가 지난 2007년 마산시(현 창원시)를 로봇랜드 예비사업자로 선정해 125만9,890㎡ 부지에 총 사업비 7,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진입도로 역할을 담당할 신설 국도 5호선이 내년 6월 완전개통을 목표로 현재 7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큰 교통체증이 예상된다. 현재 공사구간은 현동IC∼유산삼거리∼유산고개∼석곡IC∼내포IC∼난포IC∼로봇랜드로 이어지는 12.5㎞ 구간이다.
경남 마산로봇랜드가 개장되더라도 진입도로가 늦어질 경우 이용객들이 좁고 굴곡이 심한 기존의 왕복 2차선 지방도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급격히 늘어나는 교통량으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경남도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국도 5호선 구간 중 공정률 77%를 보이고 있는 석곡IC∼난포IC 구간(5.3㎞)에 대한 조기 개통을 건의했다. 국도 5호선 현동IC∼석곡IC(7.2㎞) 구간이 늦어진 것은 사전 지표조사가 소홀해 공사 중 가야시대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입도로도 문제지만 알맹이 없는 ‘껍데기 로봇랜드’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로봇산업을 선도하고 연간 관광객 15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로봇기술을 연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산 로봇랜드는 로봇산업 공공시설과 테마파크를 한곳에 모은 시설이다.
하지만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연구개발(R&D)센터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은 유치 목표 26개사 중 9개사에 불과하다. 한 로봇업체 관계자는 “마산 로봇랜드 R&D센터 입주를 제안받았지만 사업장과 떨어져 있는 데다 콘셉트도 맞지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2단계 사업인 호텔·콘도·펜션·유스호스텔은 아직 민간사업자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경남 마산로봇랜드는 현재 1단계 사업이 9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테마파크 내부 도로포장, 건축물 인테리어 등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으로 이달 말께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