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시위대에 총기 겨눈 홍콩 경찰...초강경 진압 예고

백악관 “국경에 중국 무장세력 집결 모니터”

호주·뉴질랜드 대학에선 중국인·홍콩인 언쟁 벌어지기도

홍콩의 한 경찰관이 30일(현지시간)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총을 겨누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홍콩의 한 경찰관이 30일(현지시간)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총을 겨누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시위자들에게 폭동죄를 적용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총구를 겨누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에 대한 개입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홍콩 정부가 중국을 등에 업고 초강경 진압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홍콩 국경에 중국 무장세력이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홍콩을 둘러싼 긴장감은 크게 증폭되고 있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경찰은 지난주 말 시위 때 경찰과 충돌했던 시위 참가자 49명 중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8일 시위에서 최루탄을 쏜 경찰에 돌을 던지며 저항한 시위대에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는 폭동죄를 물은 것이다. 3월31일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시위대에 폭동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시위대에 폭동 혐의가 무더기로 적용된 것은 2016년 몽콕 사태 이후 처음이다. 노점상 단속 반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에서 시작된 몽콕 사태 때는 폭동 혐의로 36명이 기소됐다.


이날 법원 심리에서는 1명을 제외한 43명에게 보석 결정이 내려졌지만 정부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데서 나아가 실제 폭동죄를 묻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 중국 국무원이 홍콩 내정과 관련된 첫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 정부와 경찰에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 뒤 나온 강경 조치이기 때문이다. 폭동죄 적용에 분노한 홍콩 시민 수백 명은 30일 체포 시위자들이 구금된 콰이청 경찰서 앞에 집결해 다시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공기탄을 장전한 총을 겨누는 일까지 벌어졌다. SCMP는 이들이 1,000홍콩달러(15만원)를 내고 풀려나더라도 오전6시까지 야간통행이 금지되는 등 엄격한 통제가 뒤따른다면서 상당한 감시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홍콩 시위 진압에서 중국의 입김이 점차 강해지는 가운데 중국은 직접 군사 개입에 나설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익명의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홍콩 국경에 중국군과 무장경찰들이 집결 중인 것을 모니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결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앞서 홍콩 앞바다에 군함을 보내며 강력한 경고를 날렸던 중국 당국이 무력진압까지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29일 홍콩 시위 군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홍콩 기본법에 관련 조항이 있다”고 답하며 무력진압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31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 퀸즈랜드대에서 홍콩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브리즈번=EPA연합뉴스31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 퀸즈랜드대에서 홍콩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브리즈번=EPA연합뉴스


중국의 개입은 홍콩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외국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 지지 시위에 난입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날 SCMP는 30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 대학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학생과 중국 본토 학생들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서 중국 본토 출신 학생은 “세계에 홍콩이라는 나라는 없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며 홍콩 여학생들을 몰아붙였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대에서도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연좌시위를 벌이던 홍콩 출신 유학생들을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이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민족주의자들이 분쟁 위협을 호주 대학가로까지 끌어들였다”면서 “학생 시위에서 홍콩 시위 지지자들과의 충돌은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불길한 징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