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후티반군

2017년 12월5일. 33년간 예멘을 철권통치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수도 사나에서 긴급 탈출하다가 무장조직에 살해당하고 말았다. 살레 전 대통령을 살해한 조직은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으려 했다며 “반역자와 추종세력을 처단했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이 무장단체는 한때 살레 전 대통령과 동맹관계를 맺었던 시아파의 후티 반군이었다. 1990년 통일 예멘의 첫 국가수반으로 활약했던 살레 전 대통령의 피살은 후티 반군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1992년 예멘 북부지방의 시아파 부흥 청년운동으로 출발한 후티 반군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수니파 친미 정권에 맞서 반정부 무장투쟁으로 세력을 급속히 키웠다. 초기 지도자 후세인 바르레딘 알후티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유대인에게 저주를, 이슬람에 승리를’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으며 이슬람 율법 ‘샤리아법’이 지배하는 나라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2004년 9월 정부군에 체포돼 총살당했지만 예멘 통일 이후 종교적 차별과 경제적 소외를 자양분으로 삼아 예멘 최대의 반정부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관련기사



중동에 불어닥친 ‘아랍의 봄’은 역설적으로 후티 반군에 힘을 실어줬다. 2014년 유가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한 후티 반군은 사나의 대통령궁을 포위했고 압드라브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궁궐을 몰래 탈출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듬해 후티 반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바레인과 이집트·요르단·쿠웨이트 등 9개국을 포함한 15만명 규모의 다국적 연합군을 결성해 예멘을 공격하는 ‘결정적 폭풍작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스커드미사일 등 무기를 이란을 통해 후티 반군에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후티 반군이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을 10여대의 드론으로 공격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이번 테러로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량의 절반이 타격을 받아 심각한 공급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후티 반군은 불법 침략에 대응한 조치라며 앞으로 공격대상을 더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해상 운송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유가 급등사태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할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