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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도서관 지식문화사]인류가 존재하는 한 도서관은 영원할 것

■ 윤희윤 지음, 동아시아 펴냄




고대인의 도서관은 동굴이었고, 서고는 항아리였다. 아라비아반도 북서부의 사해 주변 동굴에서 발견된 항아리 안에는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적은 히브리어 성서가 들어있었다. 고대 문명사에 등장하는 ‘책’의 초기 형태는 점토판이었다. 인류가 건물을 지어 ‘도서관’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세기 이집트 북부 도시에 건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거의 첫 사례로 꼽힌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전을 세우면서 부대시설로 신체단련을 위한 체육관과 정신단련을 위한 도서관을 함께 건설했다. 로마 제국의 황제로 등극한 콘스탄티누스 1세는 ‘제국도서관’ 설립을 추진했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의 지식 정보를 보존하는 중심으로 만들었다. 로마 도심 남단의 카라칼라 목욕탕은 욕조만 2,000개 이상, 한번에 1,600명까지 목욕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리스어와 라틴어 자료를 소장한 도서관을 두고 목욕탕 안에서 독서와 토론이 가능하게 했다. 당시 로마에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합리적 탐구정신과 목욕을 선호하는 시민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쓴 신간 ‘도서관 지식문화사’는 이처럼 6,000년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에서 책·독서·도서관이 특정 시대와 어떤 관계였고, 인류 문명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역할을 했으며 무슨 의미였는지를 들여다본다. 중세 도서관은 종교시설과 밀접했다. 유럽의 수도원, 이슬람의 모스크, 한국 사찰에 병설된 서고가 그런 존재로 “금욕적 수행공간인 동시에 치열한 학문 연구의 거점이자 지혜의 전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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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로 넘어오면서 도서관은 지식혁명의 거점이 됐다. 제지산업과 인쇄술의 전파가 책의 확산과 함께 르네상스 운동과 종교개혁, 과학발전과 산업혁명을 널리 퍼뜨렸다. 그 여파로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토대가 마련됐고, 소수 권력층의 전유물이던 도서관도 다양해지면서 19세기 중반 이후 탄생한 공공도서관의 마중물이 됐다.

책의 후반부에는 도서관의 정체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강하게 드러난다. 진화하는 도서관의 사례를 덧붙여 새로운 창조공간이자 도시 재생의 역할로서의 도서관을 소개하며 방향성을 제시한다. 최근 인쇄·출판산업의 위기론이 대두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도서관이나 책은 영원할 듯하다. 저자가 인용한 17세기 덴마크 의사이자 지독한 독서광이던 A.바르톨로니(1597~1643)의 말을 들어보자. “책이 없으면 신은 침묵하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체되고, 철학은 불구가 되고, 문학은 벙어리가 되며, 모든 것은 키메리안(전설 속 고대 야만족)의 어둠 속에 묻힌다.” 2만5,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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