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57승 신지애 "프로 선수란 뭘까요, 갈수록 어렵네요"

日투어 최초 60대 평균타수 대기록

잡힐듯 잡히지 않는 日상금왕 대신

더 깨지기 힘든 것 해내 보람 느껴

공만 잘 치는게 프로는 아니야

결과 인정·책임지는 자세 중요

15년차 선배 골퍼로서 갖는 고민

후배들과 공유하는 자리 있었으면

베트남 다낭행 비행기에서 들뜬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여자골프 88년 용띠 멤버들. 오른쪽부터 신지애, 이보미, 유소연, 박인비, 최나연, 김하늘, 이정은. 유소연은 두 살 아래지만 언니들과 워낙 친해 이번 여행도 함께했다. /신지애 인스타그램베트남 다낭행 비행기에서 들뜬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여자골프 88년 용띠 멤버들. 오른쪽부터 신지애, 이보미, 유소연, 박인비, 최나연, 김하늘, 이정은. 유소연은 두 살 아래지만 언니들과 워낙 친해 이번 여행도 함께했다. /신지애 인스타그램




신지애가 지난 7일 팬클럽 송년회에서 JLPGA 투어 최초의 평균타수 60대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신지애가 지난 7일 팬클럽 송년회에서 JLPGA 투어 최초의 평균타수 60대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지금 신지애(31)는 베트남 다낭에 있다. 1988년생 동기생들과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우리만의 여행’을 드디어 실행에 옮긴 것이다. 신지애는 “(이)보미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 브라이덜샤워(결혼 전 신부 친구들의 파티) 느낌도 좀 난다”고 했다.

신지애·최나연·박인비·이보미·김하늘 등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88년 용띠’는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황금세대다. 거센 세대교체 흐름 속에 올해 88년생 황금세대의 성적표는 뒷걸음질친 느낌이 있지만 선봉에 선 신지애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지난 1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019시즌에 51년 투어 역사상 최초로 시즌 평균타수 60대 기록을 세웠다. JLPGA 투어 측은 “신지애 선수의 대기록 작성으로 투어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감사해 하기도 했다.

7일 서울 서초구의 팬클럽 송년회 행사장에서 신지애를 만났다. 이미 한국·미국 투어에서 상금왕을 경험한 뒤 한미일 투어 상금왕 석권이라는 최초 기록에 도전해왔던 그는 지난해 상금 2위에 이어 올해 3위(1억4,227만엔)로 2년 연속 아쉽게 물러섰다. 하지만 골프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평균타수 부문에서 69.9399타로 새 역사를 썼다. 신지애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금왕보다 더한 것을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깨지기 쉽지 않은 기록 같다”며 “일본은 투어를 뛰어본 곳 중에서 날씨 변화가 가장 심한 곳이다. 그래서 그만큼 컨디션 조절이 힘들다. 목표했던 상금왕에 다다르지 못했어도 다른 큰 것을 해냈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한미일 투어 등에서 쌓은 프로 대회 승수는 올해 3승을 포함해 무려 57승.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를 지냈고 국내 투어 한 시즌 9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런 그를 많은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는다. 선수로서의 업적도 닮고 싶어 하지만 후배들은 “대선수인데도 살갑게 피부에 와 닿는 조언을 해준다. 나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신지애는 “사소한 식습관부터 시작해 다양한 자기관리 팁을 알려주는 편”이라며 “또 한가지, ‘혼자가 아니다’는 말을 꼭 해준다. 너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늘 주변을 둘러보면서 함께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얘기해준다”고 했다.

관련기사



신지애는 내년이면 프로 15년 차다. 그런데도 “‘프로 선수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점점 더 깊어진다”고 한다. “프로의 세계는 뭘까, 프로 정신은 뭘까에 대해 갈수록 생각이 많아져요. 근데 확실한 것은 공만 잘 치는 게 프로가 아니라는 거예요. 한 샷 한 샷 자신의 노력을 담아 결과를 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며 책임지는 게 프로 아닐까요.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있는 게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프로란 뭔지에 대한 고민을 끄집어내고는 해요.” 신지애는 “이런 고민을 후배들과 공유하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상금왕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신지애는 시즌 종료까지 3개 대회만 남긴 시점까지 상금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즌 7승을 쓸어담은 스즈키 아이(일본)의 무서운 스퍼트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상금 2위에서 재역전을 노렸던 시즌 최종전이 두고두고 아쉬울 만했다. 1라운드 경기 뒤 현장의 팬들에게 악수해주다 손 통증이 악화하는 바람에 남은 라운드에 100%를 쏟아낼 수 없었다. 신지애는 “팬분들은 선의로 꽉 잡아주신 거라서 탓할 계제가 안 된다. 대신 앞으로는 악수를 좀 줄이는 식으로 주의할 예정이니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지애 스스로에게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금왕 타이틀이 계속 좋은 자극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는 “신기하게도 매년 골프 기량이 늘고 발전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예전에는 앞만 보고 돌격하는 과정에서 행운의 우승도 좀 있었다면 지금은 조심도 해보고, 돌아도 가보면서 굉장히 솔직한 결과물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은퇴 시점 얘기를 꺼내자 신지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골프에 대해 알 것 같은 걸요. ‘골프가 이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매력에 빠지는 중입니다.” 여름부터 손목과 발목 부상을 겪느라 운동량이 줄어 마지막 날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신지애는 “몸만들기 들어갈 생각에 가슴이 뛴다”며 웃었다.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