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아일랜드 총선 대이변...민족주의 좌파정당 신페인 '제1당'에

24.5% 득표로 1위 차지

양당제 고착 정가 '지각변동'

브렉시트 반대 여론에 돌풍세

북아일랜드 내전 무장투쟁 IRA 기반

청년들 기득권정치에 불신

연정난항 예상에 재선거 가능성도

아일랜드 민족주의 좌파정당인 신페인의 메리 루 맥도널드(가운데) 대표가 9일(현지시간) 더블린에서 총선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원내 3당을 유지해온 신페인당은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통일아일랜드와 야당인 공화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아일랜드에 오랫동안 굳어진 양당제를 무너뜨리는 대이변을 낳았다.     /더블린=EPA연합뉴스아일랜드 민족주의 좌파정당인 신페인의 메리 루 맥도널드(가운데) 대표가 9일(현지시간) 더블린에서 총선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원내 3당을 유지해온 신페인당은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통일아일랜드와 야당인 공화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아일랜드에 오랫동안 굳어진 양당제를 무너뜨리는 대이변을 낳았다. /더블린=EPA연합뉴스



100년 가까이 사실상 양당제를 유지해온 아일랜드에서 만년 제3당이던 민족주의 좌파정당 신페인당이 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서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AFP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아일랜드 총선 개표 결과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주의 좌파 성향의 신페인당이 24.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9일 전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22.2%로 뒤를 이었으며 집권 통일아일랜드당은 20.9%를 득표해 3위에 그쳤다. 이날 오후11시15분(그리니치표준시·GMT)까지 아일랜드 하원의석 159석 중 60석이 채워졌으며, 이 중 29석이 신페인당 소속이라고 영국 공영 RTE는 보도했다.


이날로 ‘만년 3위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뗀 신페인당의 메리 루 맥도널드 대표는 트위터에 “(신페인당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며 “공식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적었다. 맥도널드 대표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신페인당은 정부 구성 문제와 관련해 모든 당과 이야기할 계획이라며 각 당에 대화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유권자의 4분의1을 대표하는 신페인당을 배제한 대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비민주적 행태”라고 지적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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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페인당은 과거 북아일랜드 내전 당시 테러와 암살 등 숱한 폭력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정치조직으로 출발한 정당으로 IRA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그간 아일랜드 유권자들로부터 배척돼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신페인당은 1987년 총선에서 득표율 1.6%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고 1989년 총선(1.2%), 1992년 총선(1.6%)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북아일랜드 독립투쟁의 산증인인 게리 애덤스 전 신페인당 대표가 1998년 4월 영국 총리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구성 등을 뼈대로 한 평화협정을 맺는 등 수십년간 이어져 온 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노력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시작했다. 이후 총선에서 차츰 득표율을 높이며 존재감을 키운 애덤스 전 대표는 2018년 1월 IRA와 거리가 먼 맥도널드에게 당권을 넘기며 폭력의 역사에서 손을 뗐다는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신페인당의 집권 연정 구성이 성공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집권 통일아일랜드당 대표인 리오 버라드커 총리는 신페인당과의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제1야당인 공화당은 신페인당의 연정 참여를 두고 당내에 찬반 의견이 엇갈려 신페인당이 연정 구성에 끝내 실패할 경우 총선을 다시 치를 수도 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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