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실화된 기업 감사대란 이럴 줄 몰랐나

주총 시즌을 앞두고 감사 선임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되면서 감사를 교체해야 하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난데다 감사 선임의 경우 ‘3% 룰’이 적용되는 데 따른 것이다.


코스닥협회가 코스닥 상장사 1,298개사를 대상으로 추산한 결과 전체의 41.9%인 544개사가 올해 주총에서 감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 요건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 수 과반수 찬성이다. 하지만 감사 선임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소액주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률이 낮다는 데 있다. 단기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많고 주식 보유기간이 짧아서다. 설상가상으로 보완책이었던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2017년 폐지되면서 의결권 확보는 더 어려워졌다.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도입된 ‘3% 룰’은 60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폐지 주장에 힘이 실렸지만 섀도보팅 덕에 부작용을 줄였다. 그런데 섀도보팅 폐지에다 사외이사 임기마저 줄면서 감사 대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8년 주총에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코스닥 기업은 51곳, 지난해 121곳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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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중견·중소기업 임직원들이 동분서주하고 대행업체에 수억원씩 내고 의결권을 모집하는 회사까지 있다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자투표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으며 조만간 제도가 정착될 것이라는 낙관론만 펴고 있다. 현장에서는 주총 결의 요건을 발행 주식이 아닌 출석 주식 수 기준으로 완화하거나 해묵은 ‘3% 룰’을 전격 폐지하는 안 등을 요구한다. 기업들이 중장기 비전을 밝히는 주총 자리가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투표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제라도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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