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스펙트, 루저, 리워드...70대 이상은 "무슨 뜻인지"

문체부 외국어 표현 일반국민 인식조사 결과

3,500개 제시 단어 이해도 평균 61.8점 불과

70대 이상은 28.4점, 세대 간 이해도 차이 커

외국어 범람 신문맹 우려, 우리말 대체 필요

573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2019년 10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시민들이 장미꽃으로 만든 ‘한글 사랑해’가 전시돼 있다./연합뉴스573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2019년 10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시민들이 장미꽃으로 만든 ‘한글 사랑해’가 전시돼 있다./연합뉴스



‘봉준호 감독님, 리스펙트!’

지난 달 9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 트로피 4개를 거머쥐자 봉 감독을 ‘리스펙트’한다는 표현이 여러 미디어와 온라인 상에서 쏟아졌다. 하지만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내심 어리둥절했을 수 도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70대 어르신 10명 중 9명은 ‘리스펙트’의 단어 뜻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리스펙트’뿐 아니라 어르신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외국어 표현은 모두 세기 힘들 만큼 많았다. 문체부는 외국어 표현 범람에 신(新)문맹을 우려했다.

23일 문체부가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와 공동으로 외국어 표현 3,500개에 대해 일반 국민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30.8%(1,08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3일까지 서울, 경기 등 16개 지역의 14~79세 국민 1만1,0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0~60대는 온라인으로, 70대는 개별 면접 형식으로 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 단어 3,500개는 정부 보도자료 및 언론 기사 등에서 자주 사용된 외국어 표현 중에서 선정했다.



■루저, 메디컬, 스트리밍, 3D…고령층엔 어렵다


조사 결과 외국어 표현 3,500개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이해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전체 평균은 61.8점이었다. 60대 이하는 66.9점이었으나 70세 이상은 28.4점으로 세대 간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컸다.



또 세대별로 분석해 보면 60대 이하에서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1,378개(39.4%)인 데 비해 70세 이상 응답자 중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242개(6.9%)에 그쳤다.

ICT, BJ, 마리나, 거버넌스, 스톡 등에 대한 70세 이상의 이해도는 0에 가까웠고, 루저, 리워드, 스트리밍, 리스펙트, 스킬, 메디컬, 3D 등 1,245개 표현에 대해서도 70세 이상 응답자 중 10% 이하만이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했다.

QR코드, 팝업창, 키워드, 모바일앱, 패스워드, 스쿨존, 노키즈존’등 346개 표현도 60대 이하가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한 비율과 70세 이상이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한 비율이 단어마다 50% 이상 차이가 났다.



■외국어 표현 사용에 ‘긍정’ 국민 36% 뿐

국민들 스스로도 일상에서 외국어나 외국 문자 표현ㅇㄹ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4%나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사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36.1%에 그쳤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외국어 표현 사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외국어 표현 범람에 신문맹률이 높아지고 소통이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해 우려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립국어원과 함께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새말모임’을 상시 운영해 어려운 외국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고,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자주 쓰이는 어려운 용어에 대해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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