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인생, 평균대로 살지 말라

<120> 내 연봉을 높이는 방법

전 연세대 교수

우리는 평균이 지배하는 세상 살지만

평균만 추구하면 무난한 사람될뿐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전력 다해

'나만의 필살기' 가질때 내 연봉 결정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미국 공군에서 있었던 일이다. 조종사들의 비행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비행기 손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조종사들의 귀한 생명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조사를 해봤더니 원인은 조종석의 사이즈에 있었다. 조종사들의 키와 몸무게는 들쑥날쑥하니 조종석을 일일이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종사들의 평균 사이즈에 맞게 조종석을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평균 조종석에 딱 맞는 조종사는 단 한 명도 없다. 다들 조금 크거나 조금 작아 모두에게 불편한 것이 바로 평균 사이즈였다. 결국 조종석을 크게 세 개의 사이즈(라지·미디엄·스몰)로 나눴더니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움직이고 계기판을 보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사고율은 줄어들었다. ‘평균의 종말’에서 토드 로즈가 한 말이다. 평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이다. 평균에 의존한 결정은 우리를 불편하고 위험하게 만든다.

시각장애인이 한 명 있었다. 평소에 미인의 기준에 대해 몹시 궁금했다. 사람들이 “그 사람 참 예쁘다”고 하는데 그 기준이 뭔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모두가 동의할 정도로 예쁜 사람 한 명과 그냥 평범한 사람 한 명을 자기 앞에 데리고 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더듬었다. 몇 번을 번갈아가면서 더듬은 다음 내뱉은 말. “누가 더 예쁜 사람인지 도무지 모르겠구먼. 왜 더 예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어.” 결국 그 차이를 알아내는 데 실패했다. 미의 기준은 정말 없는 것일까. 전 세계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사진을 보여주며 예쁜 사람을 골라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뽑은 보편적 기준은 균형적인 얼굴이었다. 좌우대칭이 중요했다. 이목구비가 평균에 가까울수록 균형 잡히게 보인다. 평균은 우리를 아름답게 만든다. 그래서 다들 닮아지려고 유행을 따라간다. 튀면 표적이 되고, 외톨이가 되면 위험해지니까. 평균은 우리를 안전하게 만든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한 한국 학생이 있었다. 석사학위를 받고 다른 대학의 박사과정으로 옮기기 전 지도교수를 찾아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새로 가는 대학에서 잘 적응해 박사학위를 딸 수 있을까요.”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한 학기에 3과목을 신청해 2가지 결과가 나온다고 가정합시다. 하나는 모든 과목이 B학점인 경우고, 또 하나는 각각 ABC를 받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을까요.” 한국 학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두 경우의 평균학점이 똑같이 B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답한다. 교수의 대답은 달랐다.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반드시 ABC로 가시오. 적어도 A를 준 교수는 당신을 좋게 보고 추천서도 잘 써줄 거요. 그런데 BBB를 택하면 어느 교수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죠.” 평균에 집중하지 말고 최고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주입식 입시 위주’라는 타이틀로 압축된다.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모든 교육이 좋은 대학 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암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말이다. 상위 교육기관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을 잘 치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모든 학생의 주된 목표다. 대학은 다시 일류대학과 이류대학으로 나뉜다. 같은 대학 내에서도 다시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로 갈라진다. 그 구분의 기준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물론 개인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결국은 평균연봉이다. 우리는 평균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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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인생, 평균대로 살지 말라. 학생이 찾아와서 물었다. “교수님, 제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는 게 중요한가요, 아니면 장점을 추구하는 게 중요한가요.” 교수는 답한다. “여보게, 약점을 두루두루 보완하면 그저 무난한 사람이 될 걸세.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는 데 전력을 다하게.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자네 연봉은 거기서 결정될 것이니.” 이제 자신에게 물어라. ‘나의 필살기는 무엇인가’ 상황이 어려울수록 필살기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점점 격차가 벌어지게 마련이다. “도망가는 적을 끝까지 추격하라” 독일의 전쟁철학자 클라우제비츠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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