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홍콩 페그제 공격' 말폭탄 그치나

금융중심지 위상 약화 노렸지만

美기업도 손해…단기전략선 뺄듯

특별 교역·여행 지위 폐기 관측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따른 제재를 추진 중이지만 글로벌 금융중심지라는 홍콩의 위상 때문에 효과적인 제재 수단을 동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을 겨냥한 홍콩 금융 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제재가 자칫 홍콩과 연계해 사업을 벌이는 미국·서방 기업들과 소비자에게 타격을 줄 위험이 있어 미국으로서는 제재 카드를 꺼내 들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이 지난 9일 백악관에서 홍콩 문제를 논의했고 이번주 초 다시 회의를 열어 제재나 다른 조치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국무부 관리들이 홍콩이 미국달러에 대한 홍콩달러 환율을 고정해온 ‘페그제’를 파괴하는 조처를 통해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이 방안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페그제 도입으로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환율변동에 대한 우려 없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 홍콩 역시 지난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페그제 덕분에 세계 금융허브의 위상을 지켜왔다. 따라서 자칫 페그제에 손을 대면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역시 손해를 볼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쉽사리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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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위안화가 전격 절하된 가운데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위안화가 전격 절하된 가운데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WSJ는 다수의 경제 담당 관료들도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약화하는 상황에서 심각한 제재로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선택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리들을 겨냥한 제재나 홍콩산 제품에 대한 무역조치는 중국이 홍콩을 정치와 안보 시스템에 편입하려는 시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한적 제재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게 전현직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당장 미 의회에서 국무부와 재무부가 홍콩보안법 제정에 관련된 인사나 단체를 제재할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 법에 따르면 이들과 중요한 거래를 하는 은행도 제재할 수 있다.

미국이 조만간 홍콩과의 범죄인인도 조약을 철회하고 수출업체와 여행객을 위한 홍콩의 특별교역과 여행 지위를 폐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WSJ는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해킹 노력에 대한 추가 조치도 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소장은 “자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해자에게 상처를 줄 제재를 찾고 싶지만 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고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허슨은 “홍콩의 금융중심지 지위와 페그제를 위협하는 조치는 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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