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흰, 신

정우영

내가 신을 신고 댕기는 줄 알았는디이,


어느 날 보니께 신이 나를 지고 다니는 거시여.

쉬는 참에 벗었는디 고것들 어깨에 핏물이 들었더라고.

평생 얼마나 무겁고 힘들었을까이.


여린 몸땡이로 신통히도 젼뎠구나 싶더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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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짝부텀여, 신고 벗고 할 적마다 신께 빌었제.

고맙구만이라, 오늘도 편허니 잘 살았십니다.

동네 초입에서 태워지는 흰 신,

할매 태우고 훌훌 승천 중이시다.

ㄹ



할매, 평생 머리 위에 신 있고, 발밑에 신이 있었으니 신과 신 사이 다녀가셨네요. 두 손 모아 비난수하던 머리 위 신은 당신이 간절히 가고 싶은 길을 이끌었고, 발밑 신은 당신이 가야만 했던 길로 당신을 메고 오셨네요. 당신이 잠시 구름 너머 신을 잊고 가시밭을 헤맬 때에도 발밑 신은 핏물 든 채 당신을 따라가셨네요. 신과 신 사이, 한평생 고달퍼도 얼마나 아늑하셨수. 마침내 가장 높은 신과 가장 낮은 신이 당신을 싣고 흰빛으로 두둥실 떠나는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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