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관련 법을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고자 몰아치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다급함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은 관련 법안의 상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며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야당은 이 같은 여당의 일방통행을 ‘국회 독재’라고 규정짓고 장외투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연일 상승하는 집값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자산 거품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후속입법이 통과되지 못한 후유증이 지금의 부동산 시장 과열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7월 국회에서 부동산 입법이 완료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오는 11월이나 돼서야 입법처리가 가능하다. 그때는 너무 늦어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에 민주당은 7월 국회 내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벼르고 있지만 통합당이 ‘지연작전’을 쓸 경우 회기 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국회법은 상임위원회별 전체회의에서 상정된 법안을 소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소위에서 법안을 의결하지 않는다면 발목이 묶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소위원장 배분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위해 ‘소위 생략’이라는 칼을 꺼내 든 셈이다. 민주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통합당이 법안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장면은 “통합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내줬을 때 예견된 광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6월 원 구성 협상 당시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를 여당이, 그 외 7개 상임위를 야당이 갖는 안을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제안했으나 통합당 의원들은 이를 의원총회에서 추인하지 않았다. 당시 야당 내에서는 “의회 독재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통합당은 21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장외투쟁’을 강행할 분위기다. 176석 절대 과반인 민주당이 제1야당을 무시한 채 부동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을 각 상임위에서 처리하자 통합당 내부는 들끓고 있다. 당 지도부도 “방법이 없다”며 강력한 투쟁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원 밖에서 야당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런 식으로 (민주당이) 다수의 횡포를 부리며 법안 심의도 안 하고 자신들 마음대로 해버린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강한 발언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달아오른 당의 분위기를 담았다.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그렇게 밀어붙이는 것도 국회법 위반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4선 홍문표 의원은 “우리가 더 이상 깨지고 부서지고 수모를 당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밖에 나가면 국민이 안 좋아할 거라고 참고 기다려왔는데 기다린 이유가 뭐냐. 야당으로 존재가치가 없다”고 역설했다.
당내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통합당을 질책했다. 그는 “YS와 DJ는 지금보다 더한 소수의 국회의원을 갖고도 거대여당의 폭주를 막아냈다”며 “과거 그분들이 야당일 때 어떻게 투쟁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곧바로 장외투쟁을 입에 올렸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내외투쟁을 병행하되 장외투쟁의 방법들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지난해와 올해 초 황교안 전 대표 체제에서 국회 밖으로 나서 거리투쟁에 몰두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감을 샀고 결국 총선에서 큰 패배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통합당은 총선 이후 장외투쟁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뒀다. 통합당이 원 밖으로 나선다면 21대 국회의 대여 투쟁전략이 완전히 바뀐다.
/김인엽·구경우·김혜린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