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국가원수 망신'으로 번진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의혹'

뉴질랜드 총리, 28일 文대통령과 통화서 언급

정상 통화서 특정 개인 사건 언급 극히 이례적

2017년 男직원 성추행 혐의..."韓정부 협조 안해"

외교부 부랴부랴 뒷북대응..."법적절차 따를것"

진중권 "K-변명... 재판 없이 영원히 무죄추정"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에서 남자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두고 외교부가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사이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공식 언급해 ‘국제 망신’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확대 해석을 애써 경계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해외 국가지도자의 이례적인 발언을 두고 외교부가 해당 사건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28일 이뤄진 한·뉴질랜드 정상통화에서 한국 외교관의 2017년 성추행 사건을 언급했다. 국가 정상 간 대화에서 특정 개인의 문제를 언급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뉴질랜드 총리가 통화 말미에 자국 언론 보도를 짧게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관계부처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답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앞서 뉴질랜드 방송인 뉴스허브는 2017년 말 한국 외교관 A씨가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남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가 있지만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뉴질랜드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A씨는 2018년 뉴질랜드 대사관을 떠나 현재 다른 국가의 한국 공관에서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다.


뉴질랜드 법원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뉴질랜드 외교부는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자체조사를 통해 A씨에게 1개월 감봉 징계를 내린 바 있으며 A씨가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을지 여부는 A씨 본인이 결정할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을 줄곧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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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문제가 국가 정상 간 통화에서도 언급되자 외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는 인사제도팀과 감사관실·국제법률국을 중심으로 뉴질랜드 정부의 조사 협조 요청 등에 대응하는 방안을 뒤늦게 부랴부랴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만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느 나라든 자국민의 신병을 타국에 인도하는 것은 법적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본인이 가겠다고 하면 막지 못하겠지만 가라고 강제하는 것은 법이 정한 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를 두고 “한류의 맥을 이어나갈 다음 주자는 ‘K변명’”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A씨를 일단 뉴질랜드로 보내 재판을 받게 해야 유죄인지 무죄인지 알 것 아니냐”며 “재판도 안 받게 하고 영원히 무죄로 추정만 하겠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윤경환·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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