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정책

“기존 대출 갚아야 정부 저금리 가능” 이 수법에 보이스피싱 당했다

[금감원,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13.5만명 빅데이터 분석]

대출빙자형이 77%·사칭형 23%

50대가 가장 취약...피해자의 33%

주로 카드사서 돈 빌려 보이스피싱범에 입금

금감원 "카드사 대출 시 예방 문진 강화"

보이스피싱 시도 문자메시지. /자료=금감원보이스피싱 시도 문자메시지. /자료=금감원



# 신용등급이 7등급인 김갑돌(가명)씨는 00저축은행에서 450만원을 대출받아 사용 중이었다. 그런데 이 저축은행 상담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저금리 정부지원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람은 김씨에게 기존 저축은행 대출부터 갚아야 금리혜택, 최대 대출한도를 받을 수 있다며 계좌번호를 남기고 450만원을 이체하라고 했다. 김씨는 급하게 카드론을 받아 입금했지만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은 것이었다.

# 신용등급이 4등급인 김갑순(가명)씨는 시중은행 대출 담당 직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한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 사람은 “김씨는 신용도가 높지 않아 2,000만원을 대출받은 후 이를 즉시 갚으면 신용도가 올라가고 정부지원대출을 받기도 수월해진다”고 안내했다. 이에 김씨는 은행에 연락해 2,000만원을 대출받은 후 이를 보이스피싱범이 안내한 계좌로 이체하고 말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년(2017년~2020년 1·4분기)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13만5,000명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은 ‘대출빙자형’ 피해자가 10만4,000명으로 전체의 76.7%에 달했다고 10일 밝혔다. 반면 가족을 빙자해 갑작스럽게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사칭형’에 당한 사람은 3만1,000명으로 23.3%였다.


저신용자 두번 울리는 보이스피싱...피해자 95%가 4~10등급
대출빙자형 피해자의 신용등급을 보면 중·저신용자가 95.2%에 달했다.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 피해자가 전체의 58.8%, 4~6등급의 중신용자가 36.4%였고 1~3등급의 고신용자는 4.8%에 그쳤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대출에 목말라 있고, 사기범의 유혹에 넘어가기 취약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연령을 보면 50대가 32.9%로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고 40대가 27.3%, 60대가 15.6%였다. 구체적으로 대출빙자형의 경우 50대가 33.2%, 40대가 31.4%였다. 사칭형은 50대 32%, 60대 16.5% 순이었다. 성별 피해 비중은 남성 51.6%, 여성 48.4%로 비슷했다.

주로 카드·캐피탈서 돈 빌려 보이스피싱범에 이체
대출빙자형 피해 자금의 원천은 2017년에는 대부업체였지만 점차 카드사·캐피털사로 전환됐다. 일단 기존 대출을 갚으라는 보이스피싱범의 말을 듣고 이전에는 대부업체에서 급하게 돈을 빌렸지만 이제는 카드사·캐피털사에서 돈을 빌린다는 의미다. 지난 3년간 피해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2,893억원이었고 대출빙자형 피해자의 대출금이 9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대출빙자형 피해자는 카드사에서 29.1%, 저축은행에서 23.4%, 대부업에서 19.1%의 비중으로 돈을 빌렸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회사가 취약 고객에 대한 이상거래 모니터링 탐지기준 고도화를 추진하도록 했다”며 “특히 고객 피해가 집중되는 카드사·캐피털사 등 2금융권이 대출을 취급할 때 ‘대출을 받고 바로 상환을 하면 신용등급이 오른다는 안내를 받은 적이 있나’라고 묻는 등 비대면 문진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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