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03인 순교자의 초상화...숭고한 가치 그리다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

김대건 신부·평신도 정하상 등

성인 추대 36년만에 한곳 전시

내달 4~27일 갤러리1898서 열려

19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한국 천주교 성인화 특별전에 앞서 공개한 성인화. 왼쪽부터 정하상, 김아기, 이광렬 순./사진제공=한국천주교주교회의19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한국 천주교 성인화 특별전에 앞서 공개한 성인화. 왼쪽부터 정하상, 김아기, 이광렬 순./사진제공=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 천주교는 초기 가혹한 박해를 받아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기해박해(1839)와 병오박해(1846)에서 순교한 24인을 비롯해 성직자와 평신도 103인의 순교자들이 지난 1984년 로마 교황청에 의해 성인(聖人)으로 추대됐다. 가톨릭에서 성인은 생전 신앙심이 두텁고, 덕망이 높아 타의 모범이 되고, 사후에는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존재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교황 바오로 6세, 마더 테레사 수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 등이 사후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한국 천주교 성인 103인의 초상화가 한자리에 모인다. 오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열리는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 - 피어라, 신앙의 꽃’을 통해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19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청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역사적 사실과 순교자들의 숭고한 가치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시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한국 천주교 성인들의 초상화가 한 자리에 전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103위의 성인으로는 김대건(1821~1946) 신부와 같은 성직자부터 정약종의 둘째 아들이자 다산 정약용의 조카인 평신도 정하상(1795~1839), 외국인 성직자인 프랑스 출신 조선교구 제4대 교구장 장 시므온(1814~1866) 주교 등이 있다. 로마 교황청은 지난 1983년 9월 한국 천주교 순교자 103명을 성인으로 승인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듬해인 84년 5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해 여의도광장에서 103위 복자 시성식을 집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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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심사위원들이 천주교 성인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한국천주교주교회의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심사위원들이 천주교 성인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교회의는 지난 2017년부터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제작을 추진해왔다. 103위 성인 가운데 기존에 제작된 26점의 성인화를 제외하고, 2인이나 3인이 함께 그려져 있던 9위의 성인을 개별 초상화로 분리하는 작업을 포함해 77점의 성인화가 지난 3년간 새롭게 그려졌다. 제작에는 전국 15개 교구에서 선정된 가톨릭 신자 작가 63명이 참여했다.

전시준비위원장인 안병철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장은 “이번 전시는 순교자 관련 사진 또는 기록이 거의 부재한 상황에서 진행됐다”며 “실물을 닮게 표현하는 것과 일반 초상화가 아닌 성인화인 만큼 인물의 성스러움이 은은히 드러나도록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미술사적 사조와는 별개의 신앙적 차원의 접근을 요구하는 영적인 작품이어서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순교자 성인화 특별전은 서울 중구 명동 ‘갤러리 1898’에서 오는 9월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4일에는 김희중 대주교와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 제작된 성인화에 대한 축복 예식이 거행된다. 김희중 대주교는 축사를 통해 “우리 신자들이 성인을 본받고 공경하며 닮은 삶을 가꿀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성인화가 제작됐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시대의 많은 이들이 순교자들의 고귀한 삶과 신앙을 돌아보고 신앙 안에서 참되고 올바른 길을 걷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 ‘피어라, 신앙의 꽃’ 포스터./자료제공=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 ‘피어라, 신앙의 꽃’ 포스터./자료제공=한국천주교주교회의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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