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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전임의 집단 사직…정부 "진료명령 358명 미복귀땐 고발"

■정부-의협 강대강 충돌

의사단체 "정부 정책추진 결사반대"

전공의 68.8%, 전임의 28.1% 휴진

전공의 진료명령 피해 휴대폰 꺼놔

정부는 "원점 재검토 불가" 선그어

병원들 수술 연기…의료공백 현실화

무기한 파업 중인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인 27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한 전공의가 내원객에게 정부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알리는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권욱기자무기한 파업 중인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인 27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한 전공의가 내원객에게 정부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알리는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권욱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한 전국의사 총파업 이틀째인 27일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집단휴진에 이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부 역시 전날 진료개시명령을 발부한 전공의 358명 가운데 미복귀자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현장조사를 확대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의사단체와 정부의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에 대형병원 수술과 진료가 대거 밀리며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고, 사태 장기화로 의료공백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내는 ‘제5차 젊은 의사 단체행동’을 개시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병원별로 단체행동이 이어졌다. 전날 정부가 집단휴진에 나선 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자 사표로 맞선 것이다. 김현숙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판례상 사직서 제출도 집단행위의 한 사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할 수 있으며 불응 시 그에 따른 조치는 동일하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816A02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휴진율(16판)2816A02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휴진율(16판)


2815A02 출구 안보이는 의·정갈등 수정1


특히 이전 파업 때와 달리 전임의들의 적극적인 집단행동이 두드러졌다. 대형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맡는 전임의(임상강사·펠로)들은 지난 7일 전공의 파업의 공백을 메꾸는 대체인력이었지만 이번에는 집단휴진 주체로 본격 등장했다. 복지부가 이날 정오 기준 전국의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중 165곳을 조사한 결과 전공의 8,825명 가운데 휴진자는 6,070명(68.8%), 전임의는 1,954명 중 549명(28.1%)으로 집계됐다. 이틀 전 전공의 58.3%, 전임의 6.1%와 비교해 전임의의 집단행동 참여율이 치솟았다. 전임의들은 또 공동성명에서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함을 결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현 사태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면 더욱더 뭉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또 28일 전원이 휴대폰을 끄고 외부와 접촉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진료개시명령 발부를 피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전날 행정명령은 대상을 특정하지 않아 실제 구속력을 가지려면 의사 개인에게 명령서가 전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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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공개 대책회의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즉각적으로, 아주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대한의사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공정위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복지부는 전날 수도권 20개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현장조사에서 명령서를 발부한 358명에 대해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바로 고발하고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면허 정지 또는 취소도 가능하다.

의사단체와 정부가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자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같은 핵심 쟁점의 경우 의사단체가 정부의 전면 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정책 중단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어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국회와 학계·시민사회와 상당 부분 논의를 해서 만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은 그간의 사회적 협의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철회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의·정 대치로 대형병원 환자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관계자는 “오늘 기준 수술 연기가 전체의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부산의 경우 전공의 84.3%가 일손을 놓으며 외래환자 진료와 수술 취소가 잇따르고 응급실마저 축소 운영되고 있다.

양측에 대한 주변 압박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부는 공정하지 못한 공공의대 정책을 철회하고 의료계는 파업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을 향한 메시지지만 ‘철회’를 언급해 사실상 의사들에게 힘을 보탠 셈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이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볼모 삼아 의협이 벌이는 진료거부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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