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방통심의위, ‘디지털교도소’ 뒷북 대응 논란…결국 판단 ‘보류’ 결정

방통심의위, 10일 심의 열어…‘의결보류’ 결정

경찰의 세 차례 사이트 차단 요청에도 두 달 뒤 심의 열어

그 사이 사이트는 폐쇄…방통심의위 “심의 차단 지연 사실과 달라”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캡처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범죄와 강력 사건 범죄자로 지목된 사람의 신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해 논란을 부른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늑장 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로부터 해당 사이트에 대한 삭제차단 요청을 받고도 두 달 가량 지나 심의가 이뤄졌고, 이마저도 불법·유해성 여부에 대한 판단과 접속차단을 결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교도소는 미리 사이트를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지난 10일 인터넷상 불법·유해정보를 심의하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개최해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대한 심의 결과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관련 법령 위반사항 등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현재 접속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디지털교도소는 운영진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 되자 지난 8일부터 폐쇄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 수사를 의식한 듯 운영진이 사이트를 폐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1일 ‘디지털 교도소’가 돌연 운영 재개를 선언했다. 이날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자신을 2기 운영자라고 밝힌 인물의 입장문이 올라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했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로 인한 인격권 침해 등에 대한 피해 우려를 표하는 한편, 해당 사이트 전체 차단에 대해서는, 불법 게시물의 비중, 관계 법령의 적용 여부 등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을 교환했다. 또한, 방통심의위는 향후 ‘디지털교도소’가 재유통시, 신속한 심의를 통해 불법성이 있다고 심의 결정하는 경우에는 국내 이용자 접속차단 외에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통하여 국제공조도 협조 요청할 계획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한국인 강력범죄자, 성범죄자, 아동학대범의 사진과 이름, 나이, 거주지, 직업, 휴대전화 번호 등 각종 신상정보를 공개한 웹사이트다. 올 상반기 개설된 이래 지금까지 100명 이상의 신상을 폭로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들 중 일부가 억울함을 토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낸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이 사이트에 이름과 얼굴 등이 공개된 대학생 A(20) 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수도권의 한 대학교수도 아무런 죄 없이 억울하게 개인정보가 공개돼 피해를 호소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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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7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을 명예훼손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해 오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9일 “디지털교도소 운영진 일부를 특정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운영진 검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도 “인터폴을 통해 디지털 교도소 서버가 있는 국가의 수사 기관에 협조 요청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 사이트는 러시아 도메인(.ru) 으로 등록돼 있다.

일각에서는 방통심의위가 경찰의 요청을 받고도 심의를 하지 않고, 결국 사이트가 폐쇄된 뒤 심의를 열어 불법·유해성 여부에 대한 판단과 접속차단 결정을 미룬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대구지방결찰청은 지난 7월 두 차례 및 8월 한 차례 등 총 3차례 방통심의위에 “차단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그 동안 방통심의위가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해당 사이트가 폐쇄된 뒤에 뒤늦게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었고, 결국 ‘의결 보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성명을 통해 “대구지방경찰청으로부터 공문을 접수 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여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범죄자 등 공개금지 위반 여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취급 등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 메인URL 차단에 대한 위반법령 쟁점사항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대구청에 자료 보완을 요청하고 내부 법률 검토 등 심의에 필요한 과정을 진행했으며, 심의 차단 지연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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