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 내뿜는 열기 대신 섭씨 38도의 불볕더위가 점령한 코스에서 전인지(26)와 박성현(27)이 뜨거운 샷 감각을 자랑했다.
전인지와 박성현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막도시’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우승 46만5,000달러) 1라운드에서 각각 5언더파 공동 2위, 3언더파 공동 9위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둘은 한국 골퍼들 가운데 가장 두꺼운 팬덤을 자랑한다. 국내 투어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진출 뒤에도 한국팬들의 ‘직관(직접 관람) 응원’을 받아왔다. 특히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장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까워 한인 팬들의 “굿 샷” “나이스 버디” 응원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라 응원 소리는 사라졌지만, 오랜만에 나란히 상위권에 오르면서 TV 중계 화면으로 팬들을 끌어모았다.
이날 전인지는 이 대회 출전 사상 가장 좋은 스코어를 적어냈다. 올해가 여섯 번째 출전인데 2018년 1라운드의 4언더파 68타가 종전 최소타였다.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하나로 67타를 적은 전인지는 6언더파 단독 선두 넬리 코르다(미국)와 1타 차에서 1년11개월 만의 통산 4승을 두드린다. 3승 중 2승을 메이저대회(2015년 US 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올린 그에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의 최고 성적은 2016년의 1타 차 준우승이다. 2017년에 3위였던 세계랭킹이 지난달에는 62위까지 떨어졌지만 시즌 첫 메이저인 AIG 여자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면서 현재는 54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다.
16번홀(파4)에서 핀 1m 안쪽에 붙이는 두 번째 샷으로 이날 여섯 번째 버디를 잡은 전인지는 17번홀(파3)에서 1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쳤지만 18번홀(파5) 마무리를 잘했다. 벙커 샷에 이은 그린 뒤에서의 어프로치 샷으로 17번홀보다 긴 파 퍼트를 남겼는데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세이브 해냈다. 전체 퍼트 수를 27개로 막은 그린 위 플레이가 돋보였다. 전인지는 “2016년 준우승 뒤 무조건 우승만 바라보고 플레이를 하다 보니 (우승을 못 하면) 스스로 실망이 컸다. 오늘은 ‘나는 완벽하지 않으니 주어진 샷 하나하나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세계 4위 박성현은 어깨 통증과 코로나 영향으로 거의 10개월 만에 처음 참가하는 LPGA 투어 대회인데도 경기 감각에 큰 문제가 없었다. 전반에 보기만 하나로 답답한 경기를 했지만 후반 9홀에서 버디 4개를 몰아쳤다. 평균 255야드의 드라이버 샷은 페어웨이를 네 번밖에 벗어나지 않았고 그린 적중률도 83.3%(15/18)나 됐다. 퍼트 수는 31개로 다소 많았다. 통산 7승 중 전인지와 마찬가지로 메이저 2승이 있는 박성현은 1년2개월여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이밖에 김세영과 이미향도 3언더파 공동 9위에 올랐고 박인비는 1오버파로 출발했다. 상금 1위 대니얼 강은 4언더파 공동 4위다. 최고 기온 38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바람이 거의 없고 그린은 부드러워 좋은 스코어가 많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