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지역에서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가 31명으로 늘어났다. 12일(현지시간) 기준 한국의 20%에 해당하는 면적이 불타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불에 침묵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결국 캘리포니아 피해현장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화재가 본격화한 지 한 달 만이다.
12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부터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최소 31명이 사망했다. 거센 바람과 함께 맹렬한 기세로 번지고 있는 산불은 아이다호·애리조나·네바다주 등 인접 지역까지 퍼졌고 현재 97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까지 화재로 불탄 면적은 약 1만9,363㎢로 조사됐다. 한국 면적의 5분의 1 크기에 달하는 지역이 불타고 있는 셈이다.
이번 화재의 진원인 캘리포니아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피해 규모가 1·3·4위에 달하는 대형산불이 한꺼번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2명이 사망했고 24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1만900㎢가 불타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 진압에 나선 한 소방관은 CNN에 “이런 광경은 본 적도 없다”며 “올해에만 4,000개가 넘는 건물이 불탔다”고 전했다.
오리건주의 피해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주지사는 주민 4만여명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약 50만명에게는 대피준비 경고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산불에 전날 오리건 주도인 세일럼의 대기질지수는 512까지 치솟았다. 로라 글레임 오리곤주 환경부 대변인은 “500 이상은 말 그대로 관측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역시 주 역사상 두번째로 심각한 산불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살짜리 아이가 부모와 함께 대피하다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AP통신은 “실종자 신고 접수가 많아 사망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기록적인 산불에도 침묵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캘리포니아의 화재진압 기지인 매클러랜 공원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불 피해를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에 떠밀린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산불 관련 대책을 촉구하며 사안을 이끌어가는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 “서부 화재는 (기후위기가 도래했다는) 치명적인 징후”라며 “우리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