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황교안·나경원, '패트 충돌' 첫 재판서 "정권 폭주 막기 위한 정당방위"

서울남부지법서 첫 번째 공판 열려

지난해 4월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법정에서 당시 사태는 ‘권력의 폭주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이자 ‘소수의견 묵살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황교안 등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 27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네 번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친 것으로 패스트트랙 사건 이후 약 1년 5개월만에 열렸다.


황교안 "공수처 법안은 악법이었다...희생양 당 대표였던 나로 충분"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된 공판에서 황 전 대표는 오후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황 전 대표는 법정에서 “나는 죄인이지만, 나의 죄는 이 법정이 정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는 “당시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왜곡하는 법안이었다”면서 “결과가 뻔한 악법의 통과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고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당 대표였던 나로 충분하다”며 “불의와 맞서겠지만, 책임져야 한다면 명예롭게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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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피의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위법성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의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패트 충돌' 소수의견 묵살에 대한 저항...원내대표였던 내게 모든 책임"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오전 재판에 출석했던 나 전 원내대표 역시 “패스트트랙 충돌은 다수 여당의 횡포와 소수의견 묵살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가의 일을 하다가 법정에 서게 된 것에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시 원내대표였던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나 전 원내대표는 “품위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정말 두려워해야 할 국회의 모습은 ‘침묵의 국회’”라며 “정치의 사법화보다는 정치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11월 16일...불참한 민경욱 전 의원 구인장 발부 검토


2019년 4월 30일 새벽 선거제도 개혁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밖에서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2019년 4월 30일 새벽 선거제도 개혁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밖에서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보좌진들 간에 벌어진 충돌이다.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 등은 당시 국회 의안과 사무실,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해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민주당 전·현직 당직자 10명도 공동폭행 등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재판부는 우선 채이배 전 의원을 감금한 혐의를 받는 나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을 11월 16일로 정했다. 감금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피고인들의 다음 재판 일정은 추후 정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대부분의 피고인은 출석했지만 민경욱 전 의원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에 재판부는 민 전 의원에 대한 구인장 발부를 검토하겟다고 밝혔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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