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막판으로 치닫는 가운데 사전투표 급증에 따른 개표 지연과 그에 따른 혼란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선 승자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전 세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서자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대선 불확실성에 코로나19 재확산 파장까지 겹쳐 지난 2000년 대선 혼란 이후 미 증시의 급락 사태를 넘어서는 퍼펙트스톰이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10월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일(11월3일) 승자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몇 주 동안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매우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우편투표 때문이다. 이날 현재 사전투표 인구는 9,122만여명인데 이 중 우편투표가 5,808만명에 달한다. 경합주의 경우 몇만표로 승부가 갈리는데 현재 우편투표 가운데 최소 700만표 이상이 선거당국에 도착하지 않았다.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의 경우 대선 당일인 3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인정하는 등 50개주 가운데 28개주가 대선 당일까지 도착한 기표용지를 유효표로 보기 때문에 선거가 3일 남은 시기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표가 무효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무효표가 많아져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선에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치면서 지난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5~6% 하락했다. 10월 초만 해도 연 0.67% 수준이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0.87%까지 올랐고(채권값 하락) 변동성지수(VIX)도 38까지 상승했다. 선거 후 대규모 소요나 폭력사태가 벌어지면 시장의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연쇄 패닉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월가에서는 2000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을 당시 표 차이가 적은 플로리다에서의 재검표 사례를 들기도 한다. 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명령으로 고어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기까지 6주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12%가량 폭락했다. 베터먼트의 애덤 그릴리시 이사는 “누가 당선되고 언제 우리가 이를 알 수 있을지에 대한 전례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