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지분 투자 방식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디지털 자산이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게임 아이템, 디지털 사진 등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가 있는 물건 모두를 말한다. 이를 금융사가 맡아 관리하고 거래하는 플랫폼을 마련해 주며 투자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산업이 해외에서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은행들도 관련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26일 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전략적 투자를 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국민은행은 “정기예금·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을 디지털로 유동화시킨 것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 부동산 수익 증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도 보관·거래·투자하려는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며 “KODA가 이를 전담하는 ‘디지털 자산 은행’이 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하는 업무협약을 지난달 28일 체결했다. NH농협은행도 6월 법무법인 태평양, 블록체인 기술업체 헥슬란트와 컨소시엄을 맺고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해 왔던 수탁 업무의 자산 범위를 디지털 자산까지 확장한다는 개념이다. 하나은행도 부동산 신탁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인 ‘카사’의 투자자 예탁금 관리를 전담하고 있고 우리은행 역시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블록체인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해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해외에서 이미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다가는 국내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실제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7월 은행에 가상 자산 수탁 서비스를 허용했고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최근 가상 자산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는 암호화폐 은행을 합법화해 5개 회사가 라이선스를 받고 암호화폐 거래, 환전,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거래를 통해 많은 사업기회가 창출될 것”이라며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