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단행된 올해 후반기 군 장성 인사에서 비(非)육사의 약진이 예상보다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육사 출신이 지난해에 비해 줄지 않은데다 주요 보직에도 발탁됐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비육사 출신이 얼마나 뽑힐지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다. 중장급 이하로 단행된 인사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육군소장 6명 중 2명이 비육사 출신이다. 소장 진급자 11명 가운데서는 비육사가 3명, 육군준장 진급자 52명 중 비육사는 17명이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육군준장 진급자 53명 가운데 비육사 출신은 16명이었다.
학군(ROTC) 출신으로 50년 육사 독식을 깨고 지난 9월 육군총장자리에 오른 남 총장은 취임 당시 “출신·지역·학교 등이 중요하지 않은 육군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비육사 출신을 기존보다 더 많이 중용할 것 이라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군 일부에서는 비육사 출신이 기대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학사 출신인 소영민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함과 동시에 육군의 주요 자리중 하나인 특수전사령관에 내정된 것은 비육사 출신 기용을 넓히겠다는 남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군 소식통은 “이번 인사에서 육사와 비육사의 비율을 5대 5까지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육사 출신들의 반발 등으로 이 같은 비율을 맞추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비육사 출신이 작년에 비해 줄지 않은데다 앞으로 더 많이 기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애초 올해 후반기 인사는 지난달에 있을 예정이었지만 지연됐다. 이에 육사 출신을 더 기용하려는 육군과 이에 반감을 가진 국방부간 이견을 조율하느라 예정보다 인사단행이 늦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육사 출신, 남 총장은 ROTC 출신임을 감안하면 국방부와 육군의 이견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장성 인사에서 ROTC의 발탁이 많지는 않았을 뿐 충분히 비육사 출신들이 눈에 띄는 인사였다”며 “비육사 출신 기용을 확대하겠다는 남 총장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해군과 공군에서도 비해사·비공사 출신의 준장이 각 각 1명씩 나왔다. 해군에서는 14명, 공군에서는 12명의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국방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사관학교 출신 중 우수자를 다수 선발해 사관학교 출신 편중 현상을 완화했다”며 “앞으로도 우수자는 출신·성별·특기 구분 없이 중용되도록 균형된 인사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