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역대급 실적’을 냈던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카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던 기간에도 ‘안방’에서만큼은 기업 활동을 그대로 유지해왔기에 3단계가 시행되면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4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전 사업군 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곳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한껏 날아오른 가전 분야다. 그중에서도 소비자와 얼굴을 맞대야 하는 대면 영업이 일시적으로 ‘올스톱’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수년간 소비자가 직접 가전을 체험하고 고를 수 있는 대형·복합화 전략을 내세우며 오프라인 매장의 덩치를 불려놨기에 3단계 기간의 고정비 손실이 뼈아플 수 있다. 또한 3단계를 실시하면 백화점과 대형 마트, 아웃렛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상업 시설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하기에 소비자 접점 확대를 노리며 백화점 등에 발을 들였던 양사 모두 오프라인 매출 급감을 감내해야 한다. 전통적인 가전 비수기인 1~2월과 3단계 격상이 맞물려 내년 1·4분기에 가전 매출의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A사 관계자는 “여전히 전 세계적인 확산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국내 영업마저 크게 위축될 듯해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최대한 타격을 덜 받기 위해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의 영업 조직에서는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이었던 일부 매장의 개시 시점을 조정하는 등 3단계 격상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 등 가두점에 대한 정부의 세부 지침이 아직 정확하지는 않아 매장 출입 인원 제한 등을 통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총괄연구원은 “지난 2·4분기 유럽과 북미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시기를 떠올려보면 마케팅 진행이 어렵고 소비자의 매장 방문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떨어질 것”이라며 “백화점·가두점의 공격적 영업이 어려워 매출이 일시적으로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박 총괄연구원은 그러나 단계가 완화되면 보복 소비로 매출이 반등할 것이라 내다봤다.
근무할 수 있는 필수 인력의 비중이 낮아지는 상황도 양사가 우려하는 점이다. 특히 전사 차원의 재택근무를 이달 9일 도입한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이 적응을 마치기도 전 3단계 격상과 마주할 수도 있다. 사업부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순환 재택의 비율은 최대 30% 선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올 11월 말부터 인력의 70% 이상을 원격·재택근무 체제로 돌린 상태라 대응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3단계 격상 시 생산 라인의 일시적 폐쇄도 양사에 부담이 된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공장의 일시 폐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양사는 재고 상황 점검에 나선 상태다.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자동화·클린룸 설비가 갖춰져 있는데다 가동 중단으로 입을 타격이 너무 커 정부가 필수 생산 시설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