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은행들이 비교적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출 ‘박리다매’였다. 사상 최저 금리가 계속되며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했지만 대출 총량이 늘어나 충격을 상쇄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4분기 현재 NIM은 1.4%로 지난해보다 0.15%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하지만 가계 대출 잔액은 3·4분기 821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9.4% 급증했다. 증가 폭은 2016년 4·4분기(9.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에 힘입어 국내 은행의 3·4분기까지 누적 이자 이익은 30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조 6,000억 원)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던 가계 대출이 제어될 것으로 보여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금감원은 내년 1·4분기까지 가계 대출 증가세를 주시하겠다고 주요 은행에 경고했다. 은행들도 연말까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택 담보대출, 전세 자금 대출 모집을 중단하고 1억 원이 넘는 신용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는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가 내년 3월 말 종료되는 것도 큰 위험 요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4일 현재 시중은행이 만기 연장한 대출 규모는 77조 7,000억 원, 건수로는 27만 5,000건에 달한다. 현재 은행들은 이들로부터 이자도 받지 않고 있지만 장부상에는 정상적으로 납입되고 있다고 기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충격을 막기 위해 금융 당국도 내년 3월 말 이후 한꺼번에 원리금 상환을 못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의 상황이 계속 나빠져 관련된 부실 관리가 내년 최대 화두”라고 내다봤다. B은행의 관계자는 “만약 원리금 납부 유예 조치가 내년 3월 말에서 추가로 연장되더라도 은행은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해 그만큼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고 전망했다.
은행이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원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핵심인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돼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4,603건이었던 국내 시중은행 사모펀드 수탁 계약은 올 들어 9월까지 1,881건으로 반토막 났다. 은행이 사모펀드를 판매하면 투자금의 0.01~0.03%를 수수료로 받는데, 수익에 비해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책임이 커 사모펀드 취급을 꺼리는 실정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총영업이익 중 비이자 부문 비중은 2018년 12.71%(3·4분기 누적 기준)에서 지난해 13%로 올랐지만 올해는 12.76%로 다시 미끄러졌다. C은행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문제가 계속 불거져서 비이자 이익 부문의 실적 부진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로운 동력을 신남방 국가 등 해외로 돌릴 수도 있지만 코로나19가 막고 있다. D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래도 현지에 가서 직접 눈으로 봐야 상황 점검도 되고, 현지에서도 업무가 돌아간다”며 “무리해서 출장을 갈 수야 있겠지만 이후에 자가 격리 조치를 줄줄이 해야 해 해외 영업은 제대로 신경 쓰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은행 관계자는 “미국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한 평가익 등 긍정적 요인도 물론 있다”면서도 “다만 전반적인 상황이 안 좋아져 유망한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하고 최근 당국에서 은행을 통해 음식 배달도 가능하게 하는 등 규제 완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관련 신산업도 경주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빈난새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