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징계사유 절반만 인정, 그마저도 논란…"추미애, 사실상 판정패"

[尹 검찰총장 정직 2개월]

8가지 사유 중 판사사찰 등 4가지 인정...2가지는 무혐의

법무부, 정치 부담 줄이고 집행정지 승률 높이기 노림수도

2개월간 尹총장 손발 묶고 결국 공수처로 끌어들일 가능성

징계위, 논란 스스로 인정...원전 수사 등 제동 걸릴수도

정한중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징계위원장 직무대행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을 마치고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징계위는 이날 새벽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과천=연합뉴스정한중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징계위원장 직무대행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을 마치고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징계위는 이날 새벽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과천=연합뉴스



“감찰 결과 확인된 검찰총장의 비위 혐의가 매우 심각하고 중대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오후 6시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 사실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추 장관은 총 여덟 가지 징계 혐의를 제시하며 “검찰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2일이 지난 이달 16일 오전 4시께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결정을 발표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사실을 발표할 때의 충격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직 역시 중징계지만 사실상 해임으로 받아들여졌던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라는 추 장관의 말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특히 징계위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친여권 인사 4명으로 구성됐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추 장관의 ‘판정패’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추 장관이 처음 제시했던 여덟 가지 징계 사유 가운데 징계처분이 인정된 것은 절반에 불과했다. 먼저 징계위는 두 가지 사유에 대해 ‘불문’ 결정을 했다. ‘JTBC 사주 홍석현 씨와의 부적절한 교류’와 ‘감찰 협조 의무 위반 등 감찰 불응 사유’ 두 가지다. 불문은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는 맞지만 견책도 하지 못할 사유라는 뜻으로 징계 혐의를 둔 것 자체가 무리했다는 방증이다. 무혐의를 받은 징계 사유는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관련 방해’ 등 두 가지다. 무혐의 결정은 애초에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여서 추 장관이 누명을 씌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총장의 징계 사유로 적용된 것은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 등 네 가지였다. 추 장관이 ‘판사 불법 사찰’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세간에 충격을 안겼던 재판부 문건은 결국 징계 사유로 적용됐다.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구명하기 위해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도 징계위는 받아들였다. 이외에 윤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정치 참여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며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손상시켰다는 혐의도 인정됐다. 징계위의 정직 2개월 처분은 이처럼 징계 사유가 절반밖에 인정되지 않고 인정되는 사유들도 논란과 해석의 여지가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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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정직 2개월이 윤 총장 측이 제기한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승률을 높이기 위한 노림수였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윤 총장의 임기가 7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그 이상 기간의 정직이나 파면·해임을 한다면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키워 법원의 인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집행정지가 인용돼 윤 총장이 대검에 복귀한다면 정권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강공을 펼치는 과정에서 여권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고려하지 않았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면직 이상의 징계를 내려 윤 총장을 물러나게 할 경우 무리한 징계라는 이유로 정권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앞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행정법원도 윤 총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정직 2개월이라는 시간은 윤 총장의 손발을 묶어놓고 일을 진행하기에 적당하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제기되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이나 옵티머스·라임 관련 여권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윤 총장 본인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이후 현재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수사 중인 아내와 장모 등 가족 관련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해 정직이 풀린 후에도 계속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징계위에서 인정한 윤 총장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할 수 있다”며 “결국 윤 총장 사건은 공수처로 모여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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