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윤석열 징계와 집행정지 가처분의 의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尹총장 징계엔 명확·신뢰성 결여

2개월 정직 기간 공수처 출범 땐

원전·라임 수사에 영향 줄 가능성 커

법원 판단따라 정국 큰 변화 올 듯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2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의결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집행했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됐다. 윤 총장은 징계처분에 대한 소송과 더불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이, 나아가 대한민국의 장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검찰총장에 대한 초유의 징계일 뿐만 아니라 징계 절차의 문제, 징계위 구성의 문제, 징계 사유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한 징계라는 비판이 많다. 그로 인해 현재 법원에는 징계의 부당성을 다투는 소송이, 헌법재판소에는 그 근거 규정(검사징계법 제5조 제2항 제3~5호)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이다.


징계란 공직자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제재다. 이는 개인에 대한 심각한 불명예와 불이익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소속 기관에 대해서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징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공직자를 징계할 때 매우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갖춰야 하는 이유다.

윤 총장의 징계 회부에 절차상 문제점들이 많다는 점은 이미 윤 총장 직무 배제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에서도 확인됐고 징계를 청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징계위원회 구성을 실질적으로 좌우한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징계위 결정의 논거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징계 사유의 명확성·중대성·신뢰성이 결여돼 사법적 판단에 준하는 징계 의결로서의 정당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징계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징계 절차와 내용상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당연히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임이나 면직, 혹은 6개월의 정직과 달리 불과 2개월 정직이기 때문에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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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다. 집행정지 가처분의 핵심 요건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발생 우려’와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이다. 정직 기간이 6개월이냐, 2개월이냐는 핵심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2개월의 정직 기간에 정부 여당이 서둘러 공수처를 출범시킨다면 향후 검찰 수사를 공수처가 통제하도록 할 수 있게 된다(공수처법 제24조에 따른 이첩요청권)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2개월의 정직 기간이 윤 총장 개인의 불명예나 불이익의 문제를 떠나 월성 원전이나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의 수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개월의 정직 기간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 여당이 윤 총장에 대한 탄핵 소추가 아닌 징계 절차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만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탄핵 소추를 의결했다면 헌법상 당연히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헌법 제65조 제3항), 이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내에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여당이 탄핵 소추를 피한 이유가 사안을 가볍게 봤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탓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제 공은 법원에 넘어갔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처분의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여하에 따라 향후 정국이, 대한민국의 장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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