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여개 코로나19 병상을 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은 간호사 1명이 9~10명의 환자를 돌보는 실정이다. 적정 수준(1인당 2.5명)의 3배가 넘는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병실당 입원환자를 기존 2~3명에서 4명으로 늘렸지만 간호인력은 그대로인 때문이다. 게다가 스스로 거동·식사하지 못하는 요양원·요양병원 노인들이 집단감염으로 대거 입원하면서 처치·투약은 물론 기저귀를 갈아주고, 식사를 돕고, 피부가 짓무르지 않게 누운 자세를 바꿔주는 간병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한 간호사는 “레벨D 방호복 때문에 몸을 놀리기도 쉽지 않은데 할 일은 훨씬 많아져 중간에 휴식은 커녕 15분 정도의 식사 시간을 내기도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환자 80여 병상을 운영 중인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은 간호인력이 120여명이지만 선별검사소 근무자와 생활치료센터 파견자, 코로나19 감염자와 자가격리자 등을 뺀 80여명이 3개 병동에서 80여명의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파견받은 간호인력 15명 중 선별진료소 근무자와 자가격리자·중도포기자를 뺀 병동 근무자는 6명에 그친다. 반면 최근 요양원·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된 노인 환자가 병동의 2분의1~3분의2를 차지하면서 일이 크게 늘어났다. 45병상 병동의 경우 3교대 근무 때마다 간호인력이 7~9명씩 투입되는데 1~2명은 간호 스테이션에서 환자·보호자·처치 간호인력과의 연락, 입·퇴원자 관리 등을 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5~7명이 환자 45명을 간호·간병한다. 한 간호사는 “간병 비중이 큰 와상 노인환자 비중이 커지면서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채 근무시간 내내 쉴 틈 없이 움직여도 감당하기 어렵다. 간호인력이 지금의 최소 2배는 돼야 하는데 환자를 더 받으라는 요구만 있는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119개 코로나19 병상을 운영 중인 성남시의료원의 유미라 노조지부장은 “8시간 내내 화장실도 못가고 (적정 수준의) 2~3배나 되는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파견 간호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표준 교육훈련을 책임지거나 병원 측이 간호인력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는 “환자의 중증도·질환군을 고려한 필요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요양·와상환자 등의 간병을 보조해줄 인력과 원내 방역·청소인력을 지원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 부족도 문제다.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수원, 안성, 의정부, 이천, 파주, 포천)에는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호흡기내과 의사가 각각 1명씩이고 성남시의료원에는 2명밖에 없다. 그래서 호흡기와 무관한 진료과목 의사들까지 투입돼 진료가 이뤄지므로 한계가 많다.
인공심폐기 에크모(ECMO)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최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런 환자와 에크모 배정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고 에크모를 다룰 줄 아는 의료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에 따르면 29일 현재 모두 79명의 중환자가 에크모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 중 26명이 코로나19 중환자다. 지난주 16명보다 63% 증가했다.
김웅한 학회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 2주 뒤 에크모를 시행해야 하는 최중증 환자도 급증한다”며 “정부가 온라인 코로나19 에크모 교육 시스템 등 가동을 통한 진료인력 양성, (에크모와 이를 다룰 수 있는 의료진, 최중증 환자 간 수급 불균형을 보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마련, 최중증 환자 이송차량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