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기는 준전시상황, 정부가 나서달라”…요양병원의 애끓는 절규

코호트격리 조치로 병원 내 집단감염 확산

대기 중 사망자 속출…간호인력 부족까지

靑 국민청원 “요양시설 구출해달라” 호소

의협 “요양시설 코호트격리는 생명 포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연합뉴스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연합뉴스



“하루 4시간도 못 자면서 근무한 지 일주일이 넘었죠. 어제는 간호사 한 분이 또 과로로 쓰러졌어요.”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조치가 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 박모씨는 “업무에 복귀해야 해서 더 이상 통화할 시간이 없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현장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31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코호트격리 이후 180여명에 달하던 간병사는 5명 내외로, 110명에 근접한 간호사 숫자도 60여명으로 줄었다”며 “과로로 쓰러졌던 간호사까지 오늘 다시 현장에 투입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요양병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인력난과 감염공포에 내몰린 요양시설 종사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호트격리 조치 이후 오히려 확진자와 사망자들이 속출하면서 지난 2월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본 유람선’에 빗대 요양병원에서 구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확진자와 접촉자, 의료진들을 한데 모아놓는 것은 연쇄감염의 고리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의료인력과 병상 확보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31일 0시 기준 구로구 해당 요양병원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90여명까지 늘어났다. 지난 15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하루 평균 1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200여명에 달하는 의료진이 병원을 떠나며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남아있는 인력이 부실한 휴게공간에서 쪽잠을 청하며 간호와 행정, 간병업부의 구분 없이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호트격리 중인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부천=연합뉴스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호트격리 중인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부천=연합뉴스


다른 병원의 치료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는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전담병원 이송을 기다리다 확진자 2명이 사망했다”며 “요양병원은 중증질환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 확진되지 않은 환자 8명도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30일에서야 요양시설 내 코로나19 확진자 전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원 조치하기로 했다. 경기 부천의 한 요양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39명 중 27명은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숨졌다.

의료진이나 간병인력이 확진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구로구 요양병원의 경우 확진된 간호사만 9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천 요양병원에 남아있는 의료진 10명도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공간 분리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한 업무까지 가중되면서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양병원 내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 죽어가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감염병 치료시설이 아닌 요양병원에 치료를 맡기는 행위는 이곳에 갇힌 환자들에게 의료자원을 배분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중대본 차원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대한 특수반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의 의료수준을 감안해 코호트격리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충분한 의료시설과 인력 없이 확진자와 일반환자, 의료진을 한곳에 격리하면 연쇄감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우려했다. 최대집 의사협회장도 “전문 치료장비나 인력이 부족한 요양시설 코호트격리는 사실상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정부가 코로나19 전용병원과 병상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