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간 해외 주식 투자자들은 테슬라, 애플, 엔디비아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이들 종목의 조정세가 커지자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개시한 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미 기술주들의 낙폭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지난 한 주간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15위권에 든 종목들은 모두 주가 하락세를 기록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5일부터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은 테슬라(TLSA)로, 총 1억 7333만 달러 규모를 순매수했다. 한 주간 테슬라의 주가는 -16% 가까이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트위터의 지분 인수를 통해 비상장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로부터 테슬라는 20% 넘는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3~4월 ‘천슬라’를 되찾았던 테슬라가 800달러선까지 내려서자 투자자들이 저가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날 800달러선 마저 깨지며 손실폭이 불어났다. 테슬라가 700달러선으로 내려선 건 3월 14일(종가 766.37달러) 이후 처음이다.
순매수 2위는 ‘프로쉐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였다. TQQQ는 나스닥100 지수의 일간 등락률을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이다. 추종하는 지수가 1% 상승하면 3%의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1% 내리면 3%의 손실을 보는 구조의 상품이다.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개시 및 양적 긴축(QT) 예고, 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따른 불확실성으로 나스닥100지수 조정 폭이 커지자 투자자 들이 TQQQ에 대해서도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학개미들은 TQQQ를 1억 6695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3위는 애플(AAPL)이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기간 애플을 4379만 달러어치 순매수했지만 주가는 -19.80%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교란 장기화 등에 타격을 입은 애플은 11일(현지 시각) 하루 만에 주가가 5.18% 폭락하며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국영회사 아람코에 넘겨줬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물가 압력 우려가 커지면서 애플 등 빅테크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지속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순매수 4위에는 엔비디아(NVDA)가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2543만 달러 규모 사들였지만, 주가는 -11.75% 급락했다. 인플레이션이 기술주들의 주가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시총 1위주 엔비디아 역시 타격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게임 산업이 둔화세를 지적하며 엔비디아가 동종업계 대비 고평가돼 있다고도 평가했다. 최근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가 줄고 있어 하드웨어 판매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게임 관려 제품을 생산하는 엔디비아 역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미국 주요 기술주로 구성된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에도 여전히 매수세가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마이크론(MU) 등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을 대거 담고 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3X ETF'(SOXL)를 2496만 달러, 미국 기술주 10개 종목을 3배로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FANG플러스 지수 3X 레버리지 ETN'(FNGU)을 1279만 달러 사들였다. 미국 기술주 15개 기업의 등락률을 3배로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 ETN(BULZ, 1124만 달러) 역시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