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첫 ‘유색인종 총리’냐 ‘승승장구 여풍’이냐… 英 차기 대권 ‘2파전’ 압축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후임을 정하는 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리시 수낵(오른쪽) 전 재무장관과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맞붙게 됐다. AFP연합뉴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후임을 정하는 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리시 수낵(오른쪽) 전 재무장관과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맞붙게 됐다.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후임자를 정하는 보수당 대표 경선이 ‘2파전’으로 압축됐다. 리시 수낵(42) 전 재무장관과 리즈 트러스(46) 외무장관이 총리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된 것이다. 인도계 엘리트이자 ‘스타 정치인’인 수낵 전 장관은 최근까지 존슨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반면 정치 입문 후 비교적 짧은 기간 법무부와 재무부, 외무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트러스 장관은 영국의 첫 여성 총리 마가렛 대처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계 금수저’, 부와 명예 모두 손에 넣나


20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보수당의 당 대표 경선에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은 137표를, 트러스 장관은 113표를 각각 확보해 1·2위를 차지했다. 이전 경선에서 줄곧 2위 자리를 지켰던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은 이날 105표를 받는 데 그치며 탈락했다. 이에 따라 수낵 전 장관과 트러스 장관 둘 중 한 사람이 영국 차기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수낵 전 장관과 트러스 장관은 영국 옥스퍼드대 동문이다. 둘 다 ‘40대 젊은 피’이자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정치인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수낵 전 장관은 금융계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으며, 지인들과 헤지펀드를 설립해 고위 임원을 맡은 바 있다. 이후 2015년 요크셔의 리치먼드 지역구에서 보수당 소속으로 출마해 하원 의원이 된 뒤 테레사 메이 내각 시절 차관 자리에 올랐고, 이어 출범한 존슨 내각에서는 재무장관에 올랐다. 수낵 전 장관이 보수당 경선에서 1위를 한다면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유색인종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보리스 존슨(오른쪽) 영국 총리와 리시 수낵 당시 재무장관이 지난해 10월 2022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뒤 런던의 한 술집에서 맥주잔으로 건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보리스 존슨(오른쪽) 영국 총리와 리시 수낵 당시 재무장관이 지난해 10월 2022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뒤 런던의 한 술집에서 맥주잔으로 건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존슨 내각에서 인기가 높은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BBC는 “팬데믹 기간인 2020년 봄 수낵 전 장관이 3500억파운드(약 550조원) 규모 서민 지원 대책을 발표했을 때 영국 대중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최고조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인도 재벌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수낵 전 장관의 부인이 비거주 비자를 활용해 해외소득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인지도에 흠집에 갔다. 그가 영국 부자 순위 222위에 오를 정도로 ‘금수저’라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그가 존슨 총리가 이른바 ‘파티게이트’ 등 잇따른 스캔들로 흔들리자 ‘존슨 호’에서 이탈한 것도 보수당 의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존슨 총리는 최근 “(총리) 후임자로 수낵 전 장관만 아니면 된다”며 ‘뒤끝’을 보이기도 했다.

‘초고속 승진’ 여성 정치인, 대권까지 직진?



트러스 장관도 글로벌 오일 메이저 셸과 영국 통신사 케이블 앤 와이어리스에서 회계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2001년과 2005년 보수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모두 낙선해 쓴 맛을 본 뒤 2010년 사우스웨스트 노퍽 지역에서 당선돼 정계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그의 정치 가도는 거침이 없었다. 2016년 테레사 메이 내각에서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후 이듬해 핵심 요직인 재무장관으로 직행했다. 존슨 내각이 들어선 이후인 2019년에는 국제통상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현재 외무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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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장관은 유럽연합(EU)이나 러시아·중국 등에 강경 대응을 주도해왔으며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 모델’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복장이나 사진 포즈까지 비슷하게 했다가 홍보에 너무 열중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해 9월 개각 당시 신임 외무장관으로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찾은 뒤 관저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해 9월 개각 당시 신임 외무장관으로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찾은 뒤 관저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감세’ 트러스에 수낵 “동화 같은 정책”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낵 전 장관과 트러스 장관의 정책 기조는 판이하게 엇갈린다. 우선 트러스 장관은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수낵 전 장관이 재무장관이던 시절 법인세율을 종전 19%에서 25%로 올린 것이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고 비판의 날을 세운다. 트러스 장관은 감세로 300억파운드(약 47조원) 규모 재원을 마련해 경기 부양에 쓰겠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낵 전 장관은 “트러스 장관의 경제 정책은 (현실을 모르는) ‘동화’ 같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4%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은 다음에라야 감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영국의 최대 현안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도 두 후보의 입장은 상반된다. 수낵 전 장관은 유럽연합(EU)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선에서 브렉시트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트러스 장관은 대표적인 ‘유럽 회의론자’다.

9월5일이 ‘디 데이’


두 후보는 이제 전국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당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최종 결정은 전체 당원 약 16만명의 우편투표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종 당선자는 의회가 여름 휴회기를 마치고 다시 열리는 9월 5일에 발표된다.

현재로선 결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1위인 수낵 장관이 여론조사에선 성적이 좋지 않다.

이날 이뤄진 유고브 설문조사에서 수낵 전 장관은 트러스 장관과 모돈트 부장관과 각각 1대 1로 만났을 경우엔 모두 지는 것으로 나왔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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