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딸아, 넌 어디에 있니"…엄마는 눈물로 밤거리를 헤맸다

[악몽의 핼러윈- 병원·장례식장 곳곳 절규]

"오후 10시 이후 통화 안돼"

뜬눈으로 병원 돌며 수소문

'동명이인' 실낱 같은 희망 속

군데군데 유족들 통곡 이어져

사망자 중엔 군인·군무원도

외국인은 14개국 26명 숨져

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고로 가족 및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사람들이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김남명 기자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고로 가족 및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사람들이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김남명 기자




“밤에 딸과 연락이 되지 않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위치 추적을 했더니 마지막 장소가….”



30일 오전 11시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에 위치한 의정부을지대병원 장례식장. 고(故) 이 모(23) 씨를 포함해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참사로 변을 당한 사망자 5명의 시신이 오전 6시 30분께 이송됐다.

하지만 아직 장례식장에 도착한 유가족은 이 씨의 가족뿐이었다. 사망자가 너무 많았던 탓에 시신이 수도권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이송된 데다 경찰의 신원 확인 역시 시간이 걸리면서 유가족들도 곧바로 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는 경찰이 먼저 도착해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 씨의 유가족은 황망한 표정으로 대기실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이 씨의 가족은 딸과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해 위치 추적을 했다. 경찰이 확인한 마지막 위치는 이곳 장례식장이었다. 이 씨의 아버지는 강원도에 있다 갑작스러운 딸의 소식을 듣고 곧장 의정부로 달려왔다. 이 씨의 어머니는 더 이상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축 늘어진 채 연신 “우리 딸 어떡하나”라는 말만 반복했다. 가족 사이에서 가까스로 울음을 참고 있던 이 씨의 오빠는 따로 빠져나와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튿날인 30일 오전 서울 각지의 장례식장과 응급의료센터에는 실종자를 찾는 가족·친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장례식장과 응급의료센터에 들어와 실종자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어디에 가야 찾을 수 있냐. 제발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 너무 답답하다”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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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놓고 간 꽃다발이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고 현장 골목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시민들이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놓고 간 꽃다발이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고 현장 골목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8시께 순천향대 장례식장으로 허둥지둥 뛰어 들어온 20대 남성 두 명은 “어제 새벽에 친구에게 상황이 안 좋다고 연락이 왔다. 톡을 하고 있었는데 정확한 상황이 아직 파악이 안 된다. 여기 있다고 해서 왔는데 없다고 하니 다른 곳에 찾으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0시께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 둘째 딸을 찾으러 왔다는 정 모(63) 씨는 “외국에 있는 자기 언니한테 이태원에 있다면서 사진을 보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안 돼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유족대기실에 있다가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실종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손에 움켜쥐고 응급의료센터와 장례식장으로 터덜터덜 걸어왔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해 다른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남편과 함께 딸을 찾아 온 여성 안 모(50) 씨는 “안치소에서 시신을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거기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확인을 못 했다”면서 “사건 5시간 전까지 연락이 됐는데 여기 있는지 모르는데도 너무 애가 보고 싶어서 왔다. 어제 자정에 전화를 받고 지금까지 엄청 돌아다녔다. 택시도 안 잡혀서 한 시간을 걸어서 왔다”고 말했다.

사라진 친구를 찾아나선 외국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스리랑카 국적 남성 7명은 “혹시 외국인 사망자 중에 스리랑카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있느냐”면서 “어젯밤까지 친구와 이태원에 같이 있었는데 친구 핸드폰은 경찰이 가지고 있고 친구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례식장을 찾아온 호주 국적 남성은 “친구가 죽은 것을 확인했지만 시신과 같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해 떨어졌고 지금 여기저기 시신을 찾으러 다니고 있다”면서 “친구가 다음 주에 생일이다”라고 울먹이며 다른 장례식장으로 떠났다.

실종자의 지인들은 실종자가 사망했는지 살아있는지, 사망했다면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 여러 장례식장을 하염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25세 딸을 찾아 강릉에서부터 일산 동국대병원을 찾아온 최 모 씨는 “딸에게 전화가 왔을 때는 싸우는 듯한 소리만 들리고 전화가 혼선되는지 지지직거렸다. 이후에는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다가 나중에 전화가 꺼지더라”면서 “11시에 이태원 보도가 나오자 ‘아차’ 싶어 새벽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일산 경찰 관계자는 “군데군데 유족분들이 오열하는 소리가 크게 들릴 때는 신원 파악이 된 경우다. 인근 지역에서 시신들이 분산해 오다 보니 주소지 기준으로 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참사 사망자는 이날 오후 9시 기준 154명, 부상자는 13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상자는 286명이다. 소방 당국은 피해자 대부분이 10대에서 20대라고 밝혔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이들의 국적은 이란·우즈베키스탄·중국·노르웨이 등으로 파악됐다.


박신원 기자·신중섭 기자·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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