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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선의 시스루] 성 소수자 품은 '좋아하면 울리는', 뒷심 발휘하는 저력

[리뷰]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범람하는 연애 예능 속 차별점

성소수자의 고충도 담아내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스틸 / 사진=웨이브'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스틸 / 사진=웨이브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이 웨이브 예능 부문 신규유료가입견인 1위를 달성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화제성을 입증한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초반부 그렇다 할 반응이 없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SNS와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뒷심을 발휘한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의 저력은 무엇일까.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이하 '좋알람')은 천계영 작가가 카카오 웹툰에서 연재한 동명 웹툰의 실사판 연애 예능이다. 반경 10m 안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하트가 뜨는 앱 좋알람을 설치한 남녀 8인의 하트 쟁탈 판타지 연애 게임이다. 출연자들은 이름, 나이, 직업 등을 숨긴 채 고성에 모여 숙소 생활을 한다. 남성 출연자는 타잔, 안새로이, 팅커벨, 꽃사슴, 여성 출연자는 구미호, 백장미, 차차, 자스민이다. 이중 구미호는 탈락하고, 남성 출연자 재규어, 여성 출연자 여왕벌, 줄리엣이 합류했다.

러브라인은 크게 둘로 갈린다. 차차에게 애정을 구하는 타잔과 안새로이, 자스민을 좋아하는 꽃사슴과 팅커벨이다. 꽃사슴과 백장미는 초반, 하트를 주고받다가 꽃사슴이 자스민으로 마음을 돌리면서 틀어진다. 이렇게 차차와 자스민을 중심으로 커플이 탄생하는 듯했지만, 자스민이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면서 관계를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알고 보니, 자스민은 초반부터 백장미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꽃사슴과 팅커벨에게 하트를 보낸 것이다. 꽃사슴은 "너한테만 하트를 보냈어"라는 자스민의 거짓말에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이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때를 직감한 자스민은 백장미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어렵게 고백한다.

양성애자 출연자들이 포함됐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자스민이 백장미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건 물론, 탈락한 구미호도 차차에게 호감이 있었다. 초반 팅커벨은 꽃사슴에게 하트를 보낸 적도 있는데, 팅커벨이 꽃사슴에게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리를 뒀지만, 꽃사슴이 결국 알아채는 모습은 '좋알람' 초반부 가장 화제를 모은 장면이다.



좋알람 앱을 이용해 누가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는 설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출연자들은 매일 호감 있는 상대에게 하트를 보내고, 반경 10m 안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람이 울리는 것을 확인한다. 쉽게 마음을 숨길 수 없다는 점, 10m라는 공간의 제약을 이용해 나에게 하트를 준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몰려다니거나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새로운 그림이다.

반대로 좋알람 앱을 이용해 판을 흔들 수 있다. 진짜 마음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하트를 보내는 전략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늘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백장미를 향한 호감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하트를 보낸 자스민이 그렇다. 구미호도 차차를 향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팅커벨에게 하트를 보낸 바 있다. 하트가 많은 사람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치열하게 다른 사람을 흔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출연자들이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는 전략을 택한 건, 같은 성별에게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 상대방이 양성애자인지 혹은 동성애자인지 확인할 수 없는 시점에서 섣불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스민이 용기 내 백장미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기 충분하다.

혼란과 반전이 이어지지만, 그 속에 피어나는 진정성이 있기에 '좋알람'의 뒷심은 강력하다. 꽃사슴이 떠난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백장미는 자스민이 데이트를 신청하자 자신의 모든 하트를 사용해 가장 비싼 데이트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한다. 백장미의 이런 모습은 다른 출연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하트를 모으는 데 열중했던 안새로이도 하트 대신,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MC 홍석천의 눈물이 말해주는 건 출연자들의 진정성, 그리고 성 소수자들이 미디어에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달라진 시대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일 것이다. 20년 전 커밍아웃한 그가 견딘 세월, 이제는 사랑을 꽃피울 수 있는 발판이 된 '좋알람'이 전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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