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판 트로이 목마”…정부, 중국산 항만크레인 전수조사

■美 이어 韓정부도 대책 마련

군사기밀 유출 '스파이 장비' 우려

국내 876기 중 54.6%가 중국산

해수부, 국정원 등과 3월중 착수

항만운영시스템 등 SW 중점 조사

경제안보 차원 국산화 작업도 속도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의 항만 크레인. 상화이전화중공업(ZPMC) 홈페이지 캡처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의 항만 크레인. 상화이전화중공업(ZPMC)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의 대형 크레인이 ‘스파이 장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중국산(478기, 2022년 말 기준) 항만 크레인은 국산(389기)을 압도할 만큼 국내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이르면 이달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과 중국산 항만 크레인 전수조사에 돌입한다. 해수부는 전국 항만에 설치된 중국산 대형 크레인의 터미널운영시스템(TOS) 등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크레인 보안의 핵심은 하드웨어(HW)가 아닌 항만 운영 시스템 같은 소프트웨어”라며 “가능한 빨리 관계기관과 협의해 (전수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중국산 크레인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미 정부가 최근 대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자국 항구에 설치된 중국산 크레인이 첨단 센서를 통해 군수물자 운송 정보 등 군사 기밀을 수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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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이 우려하는 업체는 글로벌 크레인 시장 70%를 차지한 중국 국영기업 ZPMC다. 미국 내 항만 크레인 가운데 약 80%는 ZPMC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ZPMC 측은 2017년 인터뷰를 통해 중국 상하이 본사에서 자사 크레인을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항만 크레인 876기 중 54.6%(478기)는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미 정부가 ‘트로이 목마’에 비유한 ZPMC 제품만 427기로 두산중공업·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이 생산한 크레인(389기)을 모두 합친 것보다 38기 더 많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에 설치된 ZPMC 크레인은 298기로 의존도가 55%가 넘었다. 주한 미군이 군수물자를 들여오는 평택·당진항에도 ZPMC 크레인 21기가 설치돼 있었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계기로 항만 크레인 국산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국내 크레인 업체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글로벌 공급자 지위에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급락했다. 실제 한국의 글로벌 안벽크레인(QC) 시장점유율은 2003년 8.1%에서 2008년 3.9%로 주저앉은 후 2013년부터는 0%대로 존재감조차 미미하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망 이슈로 크레인 유지·보수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항만이 멈출 수 있다”며 “경제안보적 관점에서도 크레인 국산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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