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알리선 '100만원 아이언 세트'가 고작 20만원…짝퉁 알면서도 산다

[해외 직구 1억건 시대 그늘] '헐값 유혹'에 빠진 직구족

◇알리가 끌고 엔저가 밀고

中서 이틀내 도착…배송비도 무료

광군제·블프 계기로 더 팽창 전망

◇소비자 피해 구제 쉽잖아

지재권 침해 물품 99%가 중국발

해외 의약품 복용 부작용 사례 속출


#경기 고양에 사는 직장인 김 모(35) 씨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유명 골프채 브랜드의 최신 제품명이 새겨져 있는 아이언 세트를 20만 원대에 구매했다. 구매 대행 방식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배송됐지만 배송비는 무료였다. 김 씨는 “해당 브랜드 정품 제품이 100만 원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분의 1 가격에 구매한 셈”이라며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인 것을 보면 정품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쓰다 망가지면 버린다는 생각으로 샀다”고 전했다. 이어 “알리익스레스가 며칠 전부터 ‘디데이’를 띄워놓고 홍보하는 중국 광군제가 정말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접 구매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사상 최초로 ‘건수 1억 건, 구매액 6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내에 본격 진출한 중국 기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앞에서 끌고 일본 직구 수요를 불러일으킨 엔저 현상이 뒤에서 민 결과라는 분석이다. 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와 24일 미국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계기로 직구 규모가 더욱 팽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품(짝퉁)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5000만 건을 돌파하며 6358만 건을 기록한 해외 직구 건수는 지난해 9612만 건으로 1억 건에 육박했다. 올해는 1억 건 돌파가 유력시된다. 구매 건수가 늘어나면서 구매액도 불어나고 있다. 2021년 5조 원대에 올라선 구매액은 2년 만인 올해 6조 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청에 의하면 3분기까지 누적 구매액이 4조 7928억 원에 달한다는 점,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로 4분기 구매액이 다른 분기에 비해 높다는 점 등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관련기사



원화 약세로 해외 직구 주요 구매국이던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이 구매처로서의 매력을 잃은 가운데서도 이처럼 직구가 크게 늘어난 데는 중국과 일본 직구 증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런 막대한 자국 내 소비 시장을 바탕으로 확보한 ‘가격경제력’을 이겨낼 국가는 없다”며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거리의 장벽은 알리익스프레스가 ‘하루·이틀 만의 배송’으로 무너뜨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해외 직구의 경우 전체 해외 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의 엔저가 ‘직구족’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해외 직구 1억 건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을 보다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직구가 급증하면서 부작용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직구 물품이 반입되는 방식인 특송 화물 목록 통관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침해로 적발된 건수는 6만 2326건으로 2018년 대비 499% 늘었다. 지난해 적발된 지재권 침해 물품의 99.7%는 중국발이었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를 살펴보면 로고는 없는데 제품명은 있고 반대로 제품명은 없는데 로고는 박혀 있는 짝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발기부전 치료 등 성기능 개선을 표방한 일부 해외 직구 식품에 심근경색·심장돌연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 등이 소비자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직구 제품은 수입 신고 및 검사 절차를 밟지 않아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며 “주기적으로 검사는 하고 있지만 전수 검사는 할 수 없는 만큼 정식 과정을 거친 식품을 구매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의약품의 경우 제조와 유통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진위 여부와 안전·효과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 구매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피해 사례를 접수하면 소비자원이 해당 업체에 직접 연락해 피해 배상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다만 해외 사업자의 경우 배상을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소비자도 포털에 공표하는 사기 의심 사이트를 체크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소비자와 유관 기관 모두의 역할을 주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고금리·고물가 속에 저렴한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며 “결국은 쇼핑몰에 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해외 사업자다 보니 규제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적 장치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스스로가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관세청도 플랫폼 사업자에게 협조 공문 보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지훈 기자·강동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