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2000만’이던 외래 관광객 목표는 왜 ‘1850만’으로 줄었나 [최수문 기자의 트래블로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유인촌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2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동에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유인촌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2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동에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 26일 정부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내년도 관광산업의 목표치 및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사활인 점을 반영해 이날 관광 전반의 핵심 목표치 가운에 ‘내년 외래 관광객 1850만 명 유치’가 가장 앞에 제시됐다. 덧붙여 두 번째는 관광사업체 매출액 30조 원, 국내 여행지출 40조 원이다.



같은 발표문에서 올해 외래 관광객 숫자를 1630만 명으로 전망하니 내년에는 200만 명을 더 늘려야 하는 수치다. 성공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 2019년의 1750만 명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치가 될 듯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앞서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면서 관광시장에 힘을 쏟는다면서 장대한 목표를 내세웠다. 바로 ‘2027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 달성’이다. 목표 시기가 너무 멀어서인지 올해 목표치로 2000만 명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부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앞장서서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왜 ‘2000만’일까. 업계에서는 적어도 외래 관광객 2000만 명이 돼야 방한 관광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된다고 기대했다. 2000만 명은 ‘출발점’일 뿐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이런 목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물론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집계가 끝난 올해 1~10월 누적도 1370만영에 그쳤고 올해 전체 1600만 명 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됐다. 계엄은 악재 중에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올해 목표 2000만 명에서 내년 목표 1850만 명으로 크게 줄어든 데 대해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도 1년 늦은 목표인 데도 그렇다.

관련기사



지난 12월 26일 공개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 대책 일부. 자료 제공=문체부지난 12월 26일 공개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 대책 일부. 자료 제공=문체부


지난 1월 3일 문체부 보도자료. 2024년 외래 관광객 2000만명 목표를 적시했다. 자료 제공=문체부지난 1월 3일 문체부 보도자료. 2024년 외래 관광객 2000만명 목표를 적시했다. 자료 제공=문체부


물론 사정이 안되면 목표는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목표를 낮추는 것은 제반 여건이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우리가 일반적인 마케팅 행사를 할 때 예를 들면 1000명 모일 행사와 2000명 모일 행사를 위한 지출은 다르다. 물론 행사 결과 수입도 다를 것이다.

1850만 명으로 목표치가 낮춰졌다는 것은 그만큼 예산이 줄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그렇다. 문화재정이라는 것이 있다. 문화예술과 콘텐츠, 관광, 체육, 국가유산(문화재) 등 넓은 의미의 문화를 합한 예산으로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을 주력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도 흩어져 있다.

집계에 따르면 정부가 집계하는 문화재정은 내년 8조 7887억 원, 올해(8조 7348억 원)보다 0.6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화재정의 크기의 계산은 주로 전체 국가예산에서 비중을 보는데 내년 문화재정의 비중은 1.31%다. 이는 올해 비중 1.33%보다 0.02%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문화재정 비중은 2018년 1.72%를 정점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그만큼 문화와 관광이 국가 사업에서 희미해진다는 의미다. 로제의 ‘아파트’ 등 K팝이 세계를 석권하고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나라에서 이 모양이다.

외래 관광객 목표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를 위한 예산을 구하지 못 했다는 의미도 된다. 올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삭감 논란이 있었지만 실제 내년도 예산·기금 총지출은 673조 3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2.54%가 늘었다. 하지만 순수한 관광 예산인 문체부의 ‘관광’ 부문 예산은 내년 1조 3477억 원으로 올해 대비 2.4%가 늘어나는 데 불과했다. 이는 올해보다 더 후퇴한 것이다. 앞서 올해의 관광 부문 예산은 작년 대비 6.6%가 늘었었다.

즉 내년에 투입되는 지원은 안정적인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라는 ‘가보지 못한 길’을 새로 가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계엄이나 탄핵 사태와 상관이 없다. 만약 계엄 후폭풍을 고려했다면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럴 수 있었을까.

덧붙여 해외 관광객 유치와 관련된 공식 명칭은 ‘외래 관광객’이다. 일부에서 사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 거주 외국인도 포함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 해외에서 유치하는 인원만이 대상이다.



최수문기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