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에도 금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 분쟁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갈등이 내년에도 금값을 끌어올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씨티그룹은 내년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금값이 온스당 2600달러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20% 안팎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 가격은 올 초 2000달러 선에서 10월 말 280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조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금의 연간 상승률은 약 27%로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상승률(25%)보다 높다.
월가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행보가 금값을 올리는 주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 시 이자 수익이 없는 금의 특성상 통상 금리가 높을 때는 금보다 채권 투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금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 이에 맞물려 단기 국채에 주로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이 연준의 금리 인하와 함께 금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WSJ에 따르면 현재 MMF에 담겨 있는 자금 규모는 6조 7000억 달러 수준이다. JP모건의 원자재 전략가인 그레그 쉬러는 “금의 가격 주기에서 이 대목이 가장 강세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지역의 전쟁이 지속되고 미중 갈등 격화로 지정학적 위험이 큰 점도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금융 제재를 실시한 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가 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금값 상승을 주도한 중앙은행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이후 중국의 금 보유량이 3배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금위원회(WGC)가 올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29%의 중앙은행이 향후 12개월간 금 보유량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WGC가 2018년 관련 설문을 시작한 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무역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금값 상승의 지지 요인이 되고 있다. 금은 은이나 백금 등 다른 귀금속보다 산업용으로 쓰는 비중이 적어 중국의 경기 침체나 무역 분쟁의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쉬러 전략가는 “금은 다른 원자재들과 달리 산업 측면의 부담을 지니고 있지 않으므로 무역 갈등 충격으로 가격이 내려갈 위험이 적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