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국에 탱커선 건조 맡긴 삼성중공업…고부가 선박에 집중

15만톤급 4척 中 조선소에 하청

도크 부족 해소·원가절감 등 장점

저렴하게 수주해도 수익성 확보

저가선박 해외생산 방식 앞세워

벌크선·컨선 등 수주 확대 기대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 제공=삼성중공업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 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이 최근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탱커선(원유 운반선) 4척을 중국 조선소에 맡겨 생산하기로 했다. 3년 치 일감이 몰릴 정도로 도크가 꽉 차자 국내 사업장 대신 중국 조선소를 활용하는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이 같은 생산·건조 형태를 컨테이너선 등 다른 선종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29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1월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탱커선 건조를 위해 중국 조선사 팍스오션과 하도급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한 탱커선이 4척에 달하는 만큼 팍스오션 외에 다른 중국 측 조선소에 하청을 주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




이번 선박 건조는 기본적으로 중국 조선소 도크와 인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선박 설계와 주요 기자재 구매는 삼성중공업이 담당한다. 삼성중공업은 실제 제작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생산 총괄 전문인력 20명 정도를 현지로 파견할 예정이다. 수에즈막스급은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 통과가 가능한 최대 크기의 선박을 의미하는 것으로 탱커선은 대략 15만 톤급이다. 초대형 선박이지만 중국 측도 이미 탱커선과 벌크선 등에 대해서는 설계 및 건조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 유출의 우려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삼성중공업은 중국 하청 전략이 가격경쟁력 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와 인건비 등의 측면에서 원가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수주를 해도 수익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이번 탱커선 4척을 3억 3400만 달러(약 4593억 원)에 수주했다. 한 척당 8350만 달러 수준으로 기존 9000만 달러 내외인 수주액보다 싸다. 선주들 또한 이 같은 하청 건조 형식이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배 건조에 대한 총괄 책임을 한국 조선사가 맡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도 품질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한국 수주, 중국 하청 전략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과 중국은 물론 선주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조선사는 인력난으로 인해 선박 블록을 중국에 의뢰해 공급받은 적 있다. 2016년 시작된 조선업 장기 침체 시기에 많은 숙련공이 일터를 떠났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조선업 호황에 인력 공급이 수주량을 따라가지 못했고 조선사들은 부랴부랴 중국에 블록 생산을 맡겨 납기를 맞췄다.

하지만 이번처럼 중국 조선사에 배를 통으로 하청을 맡기는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 3사에 수주가 쌓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건조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각 조선사는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HD현대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가지고 있는 조선소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미포(010620)는 베트남 중부 카인호아성에 위치한 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을 연 15척에서 2030년 23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 떨어진 수빅조선소를 임대해 선박 블록과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을 생산 중이다. 한화오션(042660)은 해양 플랜트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초 싱가포르에 있는 해양 설비 상부 구조물 전문 회사인 ‘다이나맥’을 인수했다. 삼성중공업은 HD현대와 한화오션과는 달리 해외 생산기지를 직접 구축하기보다 하청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수주 선종을 늘리는 장점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소는 그동안 한정된 도크를 고려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해왔는데 활용 도크가 늘어나면서 탱커선·벌크선·컨테이너선으로 수주를 확대할 수 있다. 이번 수에즈막스급 탱커선 또한 삼성중공업이 올해 처음으로 수주한 선종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한국, 저가 선박은 중국 등 해외에서 하청을 통해 생산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하청 생산·건조 형태를 컨테이너선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조건이 되면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 조선사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