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모든 전기차에 자국 내에서 생산한 반도체 사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자동차 반도체 수출이 막힐 경우 서방 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3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이달 초 국내 자동차 제조 업체에 미국산 반도체는 안전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며 구매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사용을 공개적으로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초 중국공업정보화부(MIIT)는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들에 얼마나 많은 양의 현지 반도체를 구매했는지 분기마다 보고하도록 요청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중국 반도체 제조 업체를 육성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58.5%를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 자립이 이뤄질 경우 중국 반도체 제조 업체들이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실제 중국 자율주행 반도체 업체 호라이즌로보틱스는 자동차 제조 업체 고객사를 2021년 14개에서 2024년 6월 25개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 업체 비야디(BYD)의 중형 전기 세단 ‘실(SEAL)’에 사용된 반도체는 전량 중국 업체에서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방 반도체 제조 업체들도 앞다퉈 중국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유럽 최대 반도체 기업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2023년 중국 자동차 업체와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 업체 NXP는 올 11월 중국 자동차 제조 업체를 위해 반도체 생산을 현지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2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범용 반도체(레거시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올해 1월부터 5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에도 2025년부터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새해 1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룰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더욱 강력한 대중 견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