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뛰어넘기/신경영바람] 1. 홀로서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라는 위기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국내기업들이 고안해낸 새로운 경영 화두다. 기업들은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산업계에 번지고 있는 IMF형 신경영 흐름을 시리즈로 짚어본다.(1)홀로서라 화섬업체인 ㈜새한에는 사장이 12명이나 된다. 공식직함은 「컴퍼니장」이지만 주어진 권한은 사장 이상이다. 이들에게는 상품 기획에서부터 생산·영업·인사권까지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 그뿐 아니다. 신규사업을 전개할 때는 사업계획서를 작성, 재무팀의 심사를 받은 후 독자적으로 자금을 빌려 기획된 사업을 추진한다. 종전같이 신규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사후에 정산받는 게 아니고 미리 자금을 배정받아 소신껏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무겁다. 성과가 나빠 적자가 누적되면 도산도 한다. 물론 이때에는 해당 사업부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소속된 사원들도 「퇴출」당한다. 이런 생소한 풍경은 이 회사가 지난해말 사업부별 독립채산제의 하나인 「컴퍼니」제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회사는 전체부서를 12개 컴퍼니로 나누고 이들이 모두 독립된 회사처럼 홀로서기 경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홀로서기 경영은 이 회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말 4개 계열사가 합쳐 단일기업으로 출범한 ㈜효성은 전체 조직을 5개 PG(퍼포먼스 그룹)와 33개 PU(퍼포먼스 유니트)로 재편했다. 삼성물산도 40여개로 구성된 사업유니트제를 도입했으며 9개 회사를 통합한 ㈜두산도 지난해 9월부터 자생형(自生型) 사업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홀로서기 경영은 극심한 IMF 불황을 맞아 기업들이 전개하고 있는 신경영 기법. 이는 사업부가 하나의 독립된 회사처럼 독자경영을 전개하는 컴퍼니제 외에도 실적이 나쁘면 사업부가 도산하는 「사내 도산제」, 사업부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이자를 물리는 「사내 뱅킹제」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생겨난 이들 기법이 기존의 사업부제와 다른 점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 독자적인 생존능력이 없으면 사업부와 소속직원들이 한꺼번에 퇴출되는 살벌한 「게임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같은 경영기법이 주목받는 것은 IMF 이후 계열사 내의 관련부문을 흡수합병해 덩치가 커진 회사가 「민첩성과 스피드」가 떨어지는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비용 및 인력을 절감하고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응하지 못한 조직과 개인은 나가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선단식 경영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즉각 철수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한다. 그러므로 『사업부제의 원래 취지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지만 최근 한계사업과 인력을 정리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민병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