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의 대정부 건의문은 역차별의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수도권 성장관리지역안에 공장 증설만 허용되는 반면 외국계기업은 증설은 물론 신설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사업자는 보험영업을 하려면 자본금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하나 외국보험사 국내지점은 30억원 이상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하는 입장은 똑 같은데 출발선부터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이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불만은 세제혜택으로 이어진다. 첨단기술분야의 외국계기업에 대해 10년까지 법인세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국내경쟁기업의 입지를 뒤흔드는 불합리한 조치라는 것이다.재계는 각종 재벌정책도 역차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요건이 외국에 비해 너무 까다로우며 30대 대기업계열 금융회사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제한은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사냥감으로 내던지는 무모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최근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총액출자한도제의 부활에 이르러서 불만은 절정에 이른다. 외국기업의 적대적 M&A에 대한 무장해제조치라는 것이다.
재계의 이같은 주장은 일부 아전인수격인 면이 없지않다.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평소의 불만이 역차별의 논리로 포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 적지않다.
우리나라는 지금 외국인투자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올들어 지난 11월까지 외국인직접투자가 130억달러를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각종 규제가 대폭 해소됐을 뿐 아니라 엄청난 혜택이 주어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극복과 선진화를 위해 외국인투자는 더욱 많이 유치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경쟁여건이 외국인투자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불리해서는 안된다. 이로 인해 기업의욕을 떨어뜨릴 것이 우려된다. 당국은 국내기업과 외국인기업이 동일한 여건속에서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기업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도 우리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의 제도와 맞비교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재벌그룹들이 내부지분과 순환출자가 다시 늘어나지 않았다면 총액출자한도제는 부활되지 않았을 것이다. 계열 금융회사의 보유주식 의결권제한도 대기업의 경영투명성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볼수 있다. 국내기업 역차별시비를 해소하는데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기업지배구조개선과 투명성 제고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