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직자의 골프(사설)

골프가 「정치행위」로 정의됐다. 20일 이수성 국무총리가 김수한 국회의장 김종필 자민련총재등 국회인사들과 가진 골프회동에 대한 여당수뇌부의 반응이다. 이같이 사전에도 없는 정의가 내려지게 된 배경에 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치않다. 골프는 돈과 시간이 많이드는 특수층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골프인구가 2백만명이 넘었다는 지금에도 골프에 대한 인식은 같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후 두가지 중요한 약속을 했다. 『재임중 기업으로부터 단 한푼의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과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공직자들에 대한 골프금족령도 그 범주에 든다고 볼수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금족령에는 출처가 없다. 골프를 「정치행위」라고 정의한 정부의 인사도 『김대통령도 골프를 치지 말라고 말한적은 없다』고만 말할 뿐이다. 일종의 유령의 금족령인 셈이다. 그 배경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대략 이렇게 유추하고 있을 것이다. 박봉타령을 하는 공직자들이 한번치는데 10만원이 넘고 오가는 시간을 합쳐 하루가 소모되는 골프를 친다는게 바람직한 것인가.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한들 먹혀들 것인가. 더욱이 공직자의 골프는 업계로부터의 접대성일 경우가 많을 터인데 이는 정경유착을 묵과하는 것으로 비칠게 아닌가. 요즘 세상을 온통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는 이양호 전 국방장관 비리혐의 사건이 골프장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나, 전직대통령의 골프행차에 근무시간도 아랑곳없이 접대골프에 나선 경찰서장의 행태로 미루어 그같은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김대통령의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선언도 이같은 한국적 상황에선 지극히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골프금족령에는 몇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첫째는 골프금족령이 정경유착의 제어수단이 될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접대골프를 막는다고 접대가 없어졌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골프금족령의 실체가 없는 점이다. 이는 금족령 자체의 설득력을 약화시킬 따름이다. 대통령의 임기말이 다가온 시점에서 누구든 나서서 공직자의 골프자제의 필요성을 당당히 밝히고 협조를 구해야하리라고 본다. 가짜 이름을 대고 골프를 치는 공직자들과 그들을 상대로 골프장의 자동차 넘버를 적어간다더라는 식의 유령단속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누구보다 나라 형편을 잘 알고있을 사람들일 것이므로 골프를 치는 문제는 그들의 양식에 맡기고, 골프로 인한 업무태만여부나 업계와의 불건전한 유착혐의에 대한 조사는 설득노력 이후에 이뤄져도 충분하다고 본다. 골프는 어디까지나 골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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