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위 「전속 고발권」(논쟁)

재벌의 경제력 억제 및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조사 및 기소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상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있다. 기협중앙회 등 민간단체들은 대기업이 부당행위를 저질러도 실제 검찰 고발로까지 연결되는 사례는 극히 적은 형편이라면서 공신력있는 민간단체에도 고발권을 부여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에서는 다른 형사처벌규정이 있는데도 고발권을 폭 넓게 허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여론재판을 통해 정당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정리해본다.<편집자주>◎존속/폐지땐 소송남발 경제활동 위축/상행위 위법성은 경계효과에 의해 결정/효율적인 법집행 위해 전담조직에 부여/고발·공소결정 여론 향배에 좌우 안될말 현행 공정거래법은 거의 모든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벌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담합, 대기업집단의 출자총액 및 채무보증한도 위반 등의 행위를 한 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형과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불공정거래행위, 사업자단체의 위법행위, 부당한 국제계약의 체결행위 등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현재 이 죄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 논거는 백화점 사기세일, 식품 제조일자의 허위표시와 같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일어나도 공정위의 고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관련자들을 처벌하기가 어려우며, 이런 상황은 헌법상의 국민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는 동시에「재벌기업의 횡포를 막자」는 공정거래법 자체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전속고발권 존폐의 문제는 공정거래법의 역할과 기능 및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성격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다. 공정거래정책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통해 경제발전과 국민후생의 증진을 도모하는 경제정책이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집행에 있어 각종 사업·거래행위의 위법성은 응당 그 행위가 시장경쟁, 궁극적으로는 경제효율과 소비자후생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의해 결정되어야만 한다. 즉, 어떤 행위가 법에 정한 행위유형에 해당한다는 형식적 요건 뿐만 아니라, 「경쟁을 저해한다」는 실질적 요건을 충족해야 위법행위로 금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업·거래활동은 시장상황에 따라 경쟁에 매우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이 때문에 경쟁저해성의 유무와 정도를 판단하려면 관련시장의 구조와 여건, 행위자의 독점력의 정도, 행위의 동기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해행위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평가할 수 있는 전문적 경제분석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다음의 두가지 점을 시사한다. 먼저, 법집행기구를 위원회 형태의 중앙독립행정기구로 설치하고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것은 중립적이고 효율적인 법집행을 위해 전문적 경제분석능력을 개발·축적해 나갈 수 있는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은 1914년부터 연방거래위원회를 설립하고 준사법적 권한과 더불어 광범위한 법집행상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일본도 전속고발권을 가진 위원회를 두고 있다. 둘째, 거의 모든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벌을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사업·거래행위의 위법성이 경제적 효과의 분석을 통해 결정되는 것인 한, 사업자가 자기가 하려는 행위의 위법성을 미리 알고 행동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위법성 여부가 불확실한 행위를 이유로 형사벌을 부과하는 것은 위법행위에 대한 억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며, 단지 유용한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뿐이다. 형사벌은 가격담합, 입찰조작 등과 같이 경쟁제한효과가 명백하고 사업자들간의 의도적 공모를 통해 이루어지는 「당연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만 합당한 것이다. 현재의 광범위한 형사처벌규정을 그대로 둔 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없애는 것은 고발이나 공소의 결정이 국민감정과 여론의 향배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를 낳아 경제적 논거와 분석에 입각한 공정거래정책의 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법집행의 경직화와 형사벌의 부적절한 과잉집행이 초래될 위험이 있으며,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사업자들을 예측할 수 없는 형사처벌의 위험에 노출시켜 생산적인 사업·거래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형사벌 대상은 입찰담합 등의 카르텔행위로 국한되어야 하며, 이 행위에 대해서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법집행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담합은 경제제한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행해지고 경쟁제한효과도 명백하여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로서, 법집행에 있어 행위의 입증만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적 효과가 불확실한 그 밖의 행위들에 대해서는 형사벌 규정을 축소하고 고발도 공정위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진국들은 담합행위에 대해서만 형사벌을 선별적으로 부과하고 있으며,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법집행을 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형사기소권을 가진 법무부는 거의 전적으로 카르텔행위의 적발·기소에 주력하고 있다.<신광식 KDI 연구위원> ◇ 약 력 ▲54년 충북 충주생 ▲연세대 경제학과·대학원 졸업 ▲미오하이오주립대·경제학박사 ▲오하이오주립대 강사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폐지/국민 기본권인 재판청구권 차단/공정위에 위반행위자 고발 의무화 하거나/경제단체·소비자도 권리행사도 가능토록/「독과점규제 절차」 한 기관서 독점 바람직 안해 시장경제의 확대·심화에 따라 기업간의 공정하고도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며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제도의 강화는 더욱 요청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인 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강화와 더불어 시장구조개선 및 공정경쟁질서제고에 필요한 시의적절한 개정사항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논의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구상했던 여러가지 개정법률안 내용이 유보되거나 바뀌어짐으로써 공정거래확립에 대한 기대가 다소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독과점규제에 관한 제도는 선진국일수록 더욱 엄격하며 오랫동안의 제도시행을 통해 오늘의 경쟁적 산업환경이 조성되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노력에 비해 오히려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으며 세계화시대에 기업의 경쟁력강화 노력을 뒷받침해 주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정부가 발목을 잡는 규제를 신설한다는 비판까지 가세되기도 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했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수정되게 된 것은 이러한 비판이 거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특유의 재벌 존재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도급구조특성이 간과되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이 주장하는 자율성침해는 정부와 재벌관계에 국한해보면 성립될 수 있으나 재벌과 중소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관계에 있어서는 성립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재벌과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들의 자율성과 창의성 제약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간과되고 있으므로 결국은 산업의 동태적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되고 한국경제 전체의 경제적 자유와 자율성이 소중함을 망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공정거래제도는 경제력집중을 억제·해소하는 방향으로 강화될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어져 왔으며, 공정거래위윈회도 위원장의 장관급 격상 정도를 넘어선 경제검찰로서의 명실상부한 기능강화가 요구되어 왔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문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충분히 논의되고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공정거래제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강화에 따라 행정수요의 증대가 예상되는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점규제절차를 한 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의 문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공정거래 위반 행위자에게 형사제재의 단서가 되는 고발권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속되어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공정행위에 있어 대부분의 피해당사자인 중소기업들과 소비자의 권리실현을 제약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법리적으로도 이러한 전속고발권은 피해자의 권리실현에 보조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재판청구 가능성조차 차단한 것으로 국민의 법원에 대한 재판청구권리를 제한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경우 클레이튼법 제4조에서는 오히려 소비자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소비자집단대표소송을 보충하기 위해 주검찰총장이 국가의 친권자로서 제소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는 정신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재벌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도급구조현실, 즉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전속적인 구조하에서는 중소기업들의 자율과 창의가 제약되고 결국 산업전체의 혁신능력저하, 동태적 효율성저하를 가져오고 있는 한국특유의 현실이 직시되어야 한다. 경제력집중심화와 재벌의 선단식경영행태가 있는 한 수많은 독립중소기업의 창업과 육성은 제약될 수 밖에 없다는 심각한 문제의식에서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당사자인 중소기업 자신들의 억울함이 시정되어 질수 있는 길이 보다 투명하고 넓게 열려야 한다. 따라서 위반행위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의무화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나 소비자단체 또는 유관기관 등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단체가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개선논의는 어디까지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을 보완하고 공정거래질서의 확립을 강화하며 특히 관련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향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약 력 ▲48년 강원 평창생 ▲서울대 농대·행정대학원 졸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연구이사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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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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