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핫 이슈 진단] 하반기 국제 경제 5대 변수


하반기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지난 7월 국제유가 상승세가 한때 주춤했지만, 배럴당 200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유효하다.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ㆍ프레디맥의 부실이 터질 경우 미국 경제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어 미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미국 경제에 닥쳐온 스태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 선택에 한계를 드러낼 전망이다. 우리의 이웃 중국 경제는 올림픽 이후 경착륙 가능성이 대두되고, 세계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이머징 마켓이 크게 흔들릴 조짐이다. ① 국제유가 올상반기에 두배 가까이 급등하며 ‘슈퍼 스파이크(대급등)’ 시대를 몰고온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고비로 한때 주춤했다. 미국 의회가 원유투기규제법을 추진하고, 미국 재무부가 더 이상의 달러 약세를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일방적인 대세 상승 기류는 한풀 꺾인듯 하다. 게다가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징후를 보이면서 원유수요 감소에 다른 유가의 추가 하락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골드만 삭스는 여전히 연말에 배럴당 149달러 전망치를 유지하고, 2010년까지 200달러까지 간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세자릿수 유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이 사실상 물건너간데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의 에너지수요는 갈수록 늘어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해산 유전을 중심으로 전 세계 매장원유가 고갈되는 현실적인 문제도 유가상승을 부추길 전망이다. 최근 세계 2대 산유국인 이란은 핵무기 관련 미국과 마찰음이 커지는 것도 하반기 유가 동향의 주요 변수다. 특히 9월~11월께 북대서양과 멕시코만이 허리케인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기상이변에 따른 충격도 예상된다. 멕시코만에는 미 원유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유전시설이 위치해 있다. 호주국립은행(NAB)의 에너지광물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기침체 속도를 감안할 때 현재 수준의 가격이 수년간 이어질수 있다”고 진단했다. ② 미국 신용경색 1년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도미노 폭락을 가져왔다. 미 은행들의 손실은 현재 4,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국책모기지기관인 패니매ㆍ프레디맥이 파산 위기에 내몰려 긴급 구제금융을 받았다. 미 채권보증업체인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되면서 미 금융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한때 신용경색의 바닥론 얘기가 나왔지만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금융당국의 공격적인 시장개입이 신용경색의 뿌리를 제거할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 미국 금융산업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면서 앞으로 추가 유동성 수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 주택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금융권의 전체 손실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한 신용경색의 후폭풍은 시기와 범위를 불문하고 제2차, 3차의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FRB도 “신용경색의 여파가 2009년말에 들어서도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문서에서 밝혔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대출규모는 5조 달러가 넘는다. 때문에 이들이 회생하지 못하면 이미 영미 금융시장에 까지 침투해 있는 모기지발 금융쇼크가 전 세계 시장으로 전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기관투자자들이 이들 채권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용경색의 불똥이 아시아 시장으로 튈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③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국제 유가 고공행진,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총생산의 2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는 저성장과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미 경제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인정했다. FRB는 경기부양과 물가억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하반기 경기 침체와 물가 앙등을 어떻게 극복할지의 관건은 오는 8월 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는 주택 가격 하락, 모기지 부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릴 것을 주장해 FRB내 매파들의 공세가 확산되는 추세다. FRB의 베이지북에 따르면 신용경색과 주택시장 악화, 유가 상승으로 12개 연방준비은행 지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압력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를 줄여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비관론자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 dip)의 가능성도 제기해, 이번 침체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빠르게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건실한 성장세를 자부하던 유럽 경제도 미국 경기하강의 여파로 하반기에 기우뚱거리고, 일본 경제도 1%대의 저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④올림픽후 중국 경제 경착륙 여부 지난 5년간 두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해온 중국 경제가 국제유가 상승, 세계 경기침체 등 악재로 베이징 올림픽 이후 경착륙할 가능성이 제기도고 있다. 8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 시장에 몰린 국제투기성자금(핫머니)가 대거 이탈할 우려마저 나온다. 중국은 지난 한해 연간 11.9%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했지만 올들어서는 그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ㆍ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1%에 그쳐 2006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이 각각 9.8%, 9.3%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폭을 급격히 확대하면서 중국의 6월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0%나 줄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 등 통화긴축정책을 단행한 것이 무역흑자 감소로 이어져 긴축기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 수입대국인 중국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직면하면서 기업들의 생산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실업률도 큰폭으로 올랐다.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8.8%로 3년만에 최대상승폭을 기록했다. 또 부동산 시장 침체가 확산되면서 자산버블이 붕괴될 위험도 안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반토막 난 상하이 지수가 올림픽 수혜를 입고 안정적인 반등세를 되찾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⑤ 이머징마켓 위기 오나 최근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인도ㆍ베트남ㆍ아르헨티나 등 이머징마켓에 원유와 곡물가격 폭등에서 비롯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제2의 금융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은 이들 국가의 내수경기를 위축시키고 늘어나는 무역적자는 올들어 이머징마켓의 통화가치를 큰폭으로 끌어내렸다. 인도 주가는 연초대비 30% 가까이 폭락하며 자본이탈(capital flight)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이머징 마켓 금융위기 때에는 영ㆍ미 서방선진시장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춘 장기호황 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시장회복이 수월했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ㆍ일본도 각각 인플레이션 위험과 경기부진으로 다른 나라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이머징마켓이 또 다시 무너질 경우 그 타격 규모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매우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속도로 가면 올 여름 전 세계 인구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이머징 국가 10개국 중 절반이 두자릿수 물가속에서 생활하는 셈이 된다. 베트남에선 6월 소비자물가 (CPI) 상승률이 지난 6월 26.8%까지 치솟아 달러 사재기가 성행하고 현물가치가 높은 금을 매점매석하는 현상이 심화돼 정부가 금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 이머징마켓 통화당국은 금리를 올리고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이 같은 조치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중시켜 저성장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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