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盧대통령 잇단 시장개입성 발언 외환·금리정책에 미묘한 파장

"환율 골치·해외투자 늘려야"에 한은 콜금리 인상 신중입장 韓부총리 원화 국제화 로드맵

지난 3일 열린 민주 평통 미주지역 자문회의.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관계 등 외교 문제를 언급하던 중 조금은 생뚱맞은 발언을 꺼냈다. “환율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픕니다. (한국으로) 돈 장사 하러 오니까 반가운데 달러가 자꾸 공급 초과가 돼서 원화가치가 자꾸 올라가 수출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죠.” 언론들은 대통령의 외교적 수사(修辭)에만 정신이 팔려 환율 발언은 거의 주목하지 않았지만 ‘영악한’ 시장은 무섭게 반응했다. 930원대 초중반까지 하락하던 환율이 순식간에 930원대 후반까지 수직 상승한 것. ‘골치 아프다’는 발언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에도 미묘한 반향을 불러왔다. 콜금리 인상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수요를 부추겨 곧바로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는 탓이다. “환율 때문에 골치 아프다=콜금리를 올리면 안된다”는 등식으로까지 해석될 부분이었다. “콜금리 방향은 (동결로) 정해졌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부담을 느꼈을 법도 한데 대통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한발 더 나아갔다. 노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자본수지 적자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해외투자를 과감하게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를 보다 직설적으로 표명했다. 당장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확 달라졌다. 이 총재는 이날 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단정적으로 (올린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시장에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상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금융완화 기조를 조금씩 조정할 것”이라며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고 지난달 22일 재경위 업무보고에서도 ‘긴축’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은 멀리 인도에 나간 부총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덕수 부총리는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원화의 국제화 로드맵’을 조만간 확정하겠다 밝혔다. 심지어 “돈 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해외 호텔이나 골프장ㆍ리조트 등을 매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까지 말했다. 재경부와 한은의 ‘부동산 해외 시설물 이용권 구입 현황’을 보면 3월 한달 골프장 회원권 등을 구입한 것이 146건으로 2월(55건)보다 2.6배 늘었고 지난해 하반기 월 평균 17건(총 100건)에 비하면 8배 이상 급증했는데도 부총리는 ‘더 사야 한다’고 강변한 셈이다. “원화의 국제화는 우리 통화의 실력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을 시기(200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던 정부 당국자들의 종전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민간 연구기관의 선임 연구위원은 “외환ㆍ금리 시장에 대한 최고 통치권자의 직접 개입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금융ㆍ통화정책에 두고두고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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