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심층진단] CDMA상용화 10년…빛과 그림자

IT발전 주역 자리매김속 원천기술 중요성 일깨워<br>세계 첫 상용화로 국산 휴대폰 점유율 30% 확보<br>美퀄컴엔 '울며 겨자먹기식' 막대한 로열티 지불<br>독자개발 와이브로·지상파DMB "성장엔진 기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은 지난 10년간 한국에 무엇을 남겼나. 한국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의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CDMA 상용화가 내년 1월로 10주년을 맞는다. CDMA는 국내 휴대폰 나아가 IT 산업의 역동적 발전을 이끈 동시에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절감케 했다. CDMA는 96년 1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30%에 육박한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데는 CDMA 상용화를 계기로 높은 기술력을 축적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국내 업체들은 CDMA 시스템 및 휴대폰 수출을 통해 기술 및 자본력을 축적하면서 이제는 세계 이동통신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GSM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저력을 갖추게 됐다. CDMA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IT산업,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게 했다. 그래서 CDMA 휴대폰이나 시스템 수출이 이뤄질 때마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퀄컴에 지나치게 높은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비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국내에서 최근 독자기술로 개발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및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기술이 큰 기대를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면 원천기술 보유국가로 부상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의 중요성 일깨워=군사통신용으로 개발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를 이동전화에 응용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퀄컴이다. 퀄컴은 지난 85년 창업 당시만해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기술력은 높았지만 자금이 충분치 못했다. 더욱이 미국 표준 채택이나 미국 통신회사들의 기술 채택여부 등 모든 것이 불투명했다. 당시 한국은 세계적인 디지털전환추세에 맞춰 이동전화기술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지난 91년 한국과 퀄컴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퀄컴은 원천기술을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물주’를 원했던 반면 한국은 ‘기술의 독립’을 간절히 희망했다. 당시만 해도 단말기는 물론 시스템까지 모토로라 등 외국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싹쓸이 했다. 당시 CDMA 기술 도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공무원의 속성상 안정적이고 검증된 기술인 유럽(GSM)방식 대신 CDMA를 한국 표준으로 채택한 것은 당시 정책 담당자들의 높은 결단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퀄컴 3조원 이상의 로열티 챙겨=퀄컴은 CDMA 상용화 이후 국내 업체들로부터 막대한 로열티를 챙기기 시작했다. 퀄?의 로열티 수입은 ▦단말기 ▦기지국 등 무선장비 등 2개 분야로 나눠진다. 특히 시장이 큰 단말기의 경우 내수용 휴대폰은 판매가격의 5.25%, 수출폰은 5.75%가 퀄컴의 몫이다. 국내에서 30만원짜리 휴대폰을 한 대 팔 때마다 퀄컴에 1만5,750원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지난 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지급한 로열티는 총 2조5,815억원, 올해를 포함하면 3조원을 넘는다. 특히 ▦2002년 4,202억원 ▦2003년 5,245억원 ▦2004년 5,361억원 등으로 로열티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퀄컴은 이 같은 로열티 수입에 힘입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퀄컴이 이처럼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챙긴 것은 치밀한 특허전략을 수립, 집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개발하고도 시장에서 사라진 국내 업체 엠피맨닷컴의 운명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엠피맨닷컴은 MP3플레이어에서 활용되는 파일압축기술을 기반으로 이를 오디오에 응용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엠피맨닷컴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레인콤에 인수되고 말았다. 후발 주자들이 특허 무효소송으로 시간을 벌면서 로열티를 지불치 않고 기술을 마구 사용했기 때문이다. 엠피맨닷컴의 전직 임원은 “관련 특허 1~2건으로 후발 주자들의 공세를 막기가 힘겨웠다”며 “특허를 지킬 능력이 없다면 아예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기술을 팔아버리는 것이 남는 장사였다”고 술회했다. 퀄컴은 엠피맨닷컴과는 달랐다. 퀄컴은 1,200개가 넘는 CDMA관련 특허로 물 샐 틈 없는 ‘특허의 그물망’을 만들었다. 이 그물을 빠져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와이브로와 지상파DMB가 제2의 CDMA될 수 있을까=정부와 기업들은 최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와이브로나 지상파DMB 기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기술은 조만간 세계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CDMA처럼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천기술 자체가 국내에서 개발됐기 때문에 세계 표준으로 채택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부는 현재 세계 표준화기구를 통해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와이브로’라는 이름까지 국제상표출원을 진행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통신시장은 80년대의 전전자교환기(TDX), 90년대의 CDMA, 2000년대의 초고속인터넷 등 10년 단위로 비약적 발전을 해왔다”며 “지금은 와이브로와 지상파DMB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용화에 앞서 세계 표준작업에 먼저 들어간 것은 ‘앞서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표준과 특허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CDMA 상용화 10주년을 맞아 CDMA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집중분석하고 조명해 차세대 기술에 적용할 시사점을 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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