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9월 25일] '프로 정부'를 기대하며

“남편과 자식 위해 희생했다? 착각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핑계입니다. 이기적이 돼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너무 착해요. 아니 바보입니다. 하고 싶은 건 못하고 생활은 어렵고… 주변 사람들 때문에 못했다 하면서 피해의식만 생겼잖습니까! 이건 착한 것도, 바보도 아니고 비겁한 겁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인 괴팍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마에스트로 강건우(일명 강마에)가 2주 후에 있을 연주를 앞두고 곡절(曲折) 끝에 모인 아마추어 수준의 단원들을 몰아붙이면서 하는 말이다. 촌철살인의 드라마 속 그의 대사는 어록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으로 인정 받지만 괴팍하고 오만불손하기로 소문이 나 주변에 사람이 없는 강마에. 직설적이면서도 거침없는 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주눅이 들어 입도 뻥긋하지 못한다. 그러나 반발하는 사람은 없다. 특유의 비호감 어법으로 상대방을 짓눌러버리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말의 핵심은 핑계 대지 말고 프로가 되라는 것이다. 그 분야에서 최고 실력을 갖추고 당당하게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라는 말이다. 프로는 개인의 성공요건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통할 수 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이 ‘프로 정부’의 역할이다. 프로는 전문적인 지식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차근히 실행으로 옮겨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핑계 대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도 자신감을 내비쳤던 경제 부문이 우선 그렇다. 치솟는 국제유가로 물가가 급등하자 국제적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기에 바빴고 잇따른 국내외 악재로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노무현 정부가 펼쳤던 그동안의 실책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결과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위급한 상황을 모면하는 데 핑계만큼 편한 게 없다. 남 탓으로 돌리면 가볍게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른바 브레인들의 지략으로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부가 정공법이 아닌 핑계로 위기를 슬쩍 넘기려 한다면 프로 정부로는 낙제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훗날 ‘비겁한 정부’ ‘무능한 정부’라는 비난도 면하기 어렵다. 팍팍한 살림살이보다 국민들을 견디기 힘들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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