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우리경제의 희망, 상생경영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로 실업문제와 일자리 창출을 꼽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실업자도 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음에도 적절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을 때 개인은 절망을, 사회는 불안을, 그리고 국가는 침체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인 일자리 부족 문제의 유력한 해결방안은 중소기업의 활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87%를 담당하고 있다. 中企 열악한 환경 대기업도 부담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이 자본집적화, 정보화 투자, 구조조정 등으로 100만명 가까이 고용을 줄인 반면, 중소기업은 300만명 가까이 신규고용을 창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중소기업 정책은 부동산 대책, 첨단산업 중심의 성장동력 육성 정책, 농산물시장 개방대책 등의 현안에 밀려 여전히 후 순위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성장의 과실만을 취하고, 중소기업은 인건비, 유가, 원자재가 상승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지난 해 산업자원부의 조사에 의하면 84%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경영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기도 했다. 또한 대기업의 납품계약 임의변경, 세부 기술자료 요구, 과당경쟁 유도 등으로 유망 중소기업이 제대로 커 보기도 전에 시장에서 도태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이렇듯 중소기업의 열악한 경영환경은 연구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과 인력 확보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의지 자체를 꺾어, 우리 중소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싹을 자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의 HP,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퀄컴 등은 모두 중소기업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다. 이들이 중소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패기 있고 젊은 중소기업인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그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제도적 여건 덕택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중소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당연히 중소기업에의 취업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작년 한해 5인 이상 사업체의 인력부족 규모가 22만5천명에 달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구직난이, 다른 한쪽에서는 구인난이 혼재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장기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게 된다. 오늘날의 경쟁은 개별 기업들 간의 경쟁뿐만이 아니라 공급사슬상의 네트워크 경쟁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경쟁에서 가장 매력 없는 전략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도요타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가 될 수 있었던 비밀은 경쟁력 있는 중소 부품업체와의 협력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국내의 일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성장과 발전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相生)경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 중심에는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가 있다. 성과공유제로 경쟁력 동시강화를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연구개발과 원가절감 활동을 전개하고 그로부터 발생한 성과를 같이 나눠 갖는 제도이다. 중소기업에는 당장의 경제적 혜택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경쟁력 강화 동기를 줄 수 있고, 대기업은 낮은 원가로 최종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의 성과공유제도는 첫걸음을 떼놓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안팎의 경영환경에서 그 첫걸음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2006년이 우리나라 성과공유제의 원년이 되고 중소기업 활력회복의 시발점이 되어, 우리도 이제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스타급 중소기업’을 가져보길 기대해 본다. /최현우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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